보고 나왔는데 ‘갸우뚱’…이 영화 심상찮다
보고 나왔는데 ‘갸우뚱’…이 영화 심상찮다
  • 윤주민
  • 승인 2017.05.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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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판 곡성 ‘겟 아웃’
‘인종차별’ 무거운 주제
공포·스릴러 활용 풀어내
대사·사물에 숨은 뜻 가득
다양한 리뷰·해석 쏟아질 듯
눈을 뗄 수 없는 연출 장점
편향적 메시지는 논란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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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 스틸컷.

“나 흑인이라고 말했어?” 크리스(대니얼 칼루야)는 덜컥 겁부터 난다. 여자친구인 로즈(앨리슨 윌리엄스) 집에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즈의 사랑스러운 말투에 용기를 얻은 크리스는 어떠한 차별과 대우에도 견뎌낼 것을 다짐한다.

마침내 도착한 로즈의 집. 예상과 달리 로즈의 부모 딘 아미타지(브래드리 휘트포드)와 미시 아미타지(캐서린 키너)는 크리스를 환영한다. 하지만 무엇인가 찝찝한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로즈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 월터(마르쿠스 헨더슨)와 하녀 조지나(베티 가브리엘)가 흑인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직감한 딘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고 크리스를 안심시킨다.

그것도 잠시 딘이 내뱉는 말에서는 왠지 흑인을 하등시 하는 촌철살인의 느낌을 받는다. 더군다나 미시가 조지나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마찬가지. 뒤늦게 등장한 로즈의 동생 제레미 아미타지(케일럽 랜드리 존스)도 비슷하다. 크리스는 로즈를 향한 사랑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감내하지만 쉽지 만은 않다. 그날 밤 잠에서 깬 크리스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원치않은 미시의 최면술에 빠진다. 로즈 집의 파티가 열린 다음날 크리스는 파티장에서 우연히 흑인 앤드류 로건 킹(키스 스탠필드)을 보게 되고 새삼 동족애에 대한 반가움을 느낀다. 그런데 앤드류의 반응이 싱겁다. 낯이 익은 앤드류가 머릿 속에서 맴돌고 크리스는 낮에 찍었던 앤드류 사진을 친구 로드(릴렐 호워리)에게 보낸다. 로드는 크리스가 보낸 앤드류 사진을 보고 경악한다. 서둘러 크리스에게 답장을 보내고…. 로즈의 집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크리스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영화 ‘겟 아웃’은 시각적 요소와 음향 효과를 적절히 배합시켜 긴박함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여기에다 크리스의 시선에 따라 느껴지는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인종차별이라는 주제에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각종 요소를 덧씌웠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지면 안 되는 비빔밥처럼 맛있게 잘 비벼졌다. 사실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세기에 걸쳐 논쟁이 되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지루하거나 거북함은 들지 않는다. 다만 서둘러 결말은 매듭짓는 듯한 느낌이랄까. 중요한 것은 영화 속 등장인물이 내뱉는 대사, 쓰이는 사물들이 가지는 의미가 매우 흥미롭다는 것이다. 물론 스크린이 어두워진 후에 가늠해볼 수 있지만 말이다.

흔히 영화를 볼 때면 지루하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현재 상영되는 대부분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1시간을 넘긴다고 가정했을 때 유독 화려한 액션신, 눈물신 등만 기억에 남는 게 사실이다. 특정한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진행되는 중·후반 부분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불편함이 이어지면서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그러나 겟 아웃은 단언컨대 스크린이 어두워질 때까지 관객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눈과 귀가 홀린 것 마냥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연출의 연속이다. 군더더기 없는 흐름에다 결말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사와 사물들이 가지는 함축적인 의미는 감독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황정민, 천우희 주연의 ‘곡성’이 해석과 리뷰로 이슈가 됐던 것처럼 ‘겟 아웃’도 되새김질이 필요하다. 특히 아무런 생각 없이 음향효과와 시각요소로도 즐기기에 충분하니 이달 최고의 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다.

구태여 뽑자면 편향적이라는 것.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인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흑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백인 우월주의에 의한 반감이라든지 흑인에 대한 동정심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것.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해 비판적 사고는 필요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일부 때문에 대부분이 싸잡혀 문제가 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마치면서. 힙합과 스포츠계에서는 흑인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클 잭슨, 투팍, 스티비 원더, 무하마드 알리,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우사인 볼트 등 수많은 흑인 스타들이 전 세계를 움직였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며 그들의 삶 속에 빠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특정 인종을 짓밟을 수 없다. 인격 말살이 서슴지 않게 행해졌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겨야 할 때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①창 밖을 바라 보고 있는 조지나.

②겟 아웃 스틸컷.

③미시의 최면에 걸린 크리스가 어린 시절 어머니 죽음과 관련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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