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막식…내달 8일까지
볏집으로 이은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는 작품 ‘봄날의 초가’는 더욱 정겹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옹색한 살림이지만 가족애만큼은 고대광실 부럽지 않은 정서가 배어 있다.
“눈을 감으면 시린 고향풍경이 떠오르곤 했어요. 그때는 그 풍경들이 아름다운 줄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시대가 변하니 소소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했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리웠어요. 그래서 추억의 장면들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어요.”
김우식 화백의 개인전이 3월 8일까지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정부대구청사갤러리(2층)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근대화 이전의 전통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걸었다.
전통 풍속도를 주제로 화업을 펼치고 있는 김 화백은 특히 초가화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초가집을 제멋에 겨워 고집스럽게 그려오고 있다. 여기에는 그의 자연관이 녹아있다.
“시골풍경을 떠올리면 오솔길, 민둥산, 다랭이논 밭이랑 사이 아지랑이, 그 속에 핀 진달래와 산수유가 스쳐가지 않습니까? 그 풍경 속에는 어느 것 하나 각진 것이 없었지요. 수수하지만 완벽한 풍경에 각진 기와지붕은 맞지 않았어요. 우리 산하에는 초가지붕의 둥근 선이 제격이었습니다.”
초가작가로 알려진 그지만 사실 그는 기와집 도련님이었다. 그런 그에게 초가집은 어머니에 대한 향수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그는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들으면 초가집에 사는 친구 집에 가곤 했다. 언제나 그 집은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면서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렸던 곳도 양지바른 초가집 담벼락 밑이었다”며 어머니와 초가집에 얽힌 향수를 떠올렸다.
김 화백의 화폭에는 초가마을 외에도 옛 시장 풍경, 민족혼을 상징하는 호랑이 등 전통풍속도가 등장한다. 이들 소재는 대개 무리를 짓고 있다. 빼곡한 화면구성으로 자칫 부산할 수 있는 구도는 도식화로 간결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를 위한 배려도 곳곳에 심었다. 풍속의 내용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
그는 “내 그림은 내 푸념들의 무덤이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대고 다 할 수 없으니 캔버스에 풀었습니다. 화폭 속의 이야기는 최대한 세밀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제는 잊혀질 이야기니까 더 간절하게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린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김 화백이다. 칠순은 넘겼지만 그림 그리기는 여전히 그에게는 행복이다. 그는 이 행복을 관람객들과 나누기를 염원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세상에 어떤 봉사를 했나 생각해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평안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막식은 16일 오후 5시. 053-230-7324
황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