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화가 눈에 비친 ‘날 것의 세상’
꼬마화가 눈에 비친 ‘날 것의 세상’
  • 황인옥
  • 승인 2017.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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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첫 개인전 연 김동욱군
뛰어난 예술 재능 알아본
외조부 도움으로 전시 열어
가우디 건축물 등서 모티브
순수한 감성 화폭에 담아내
어린화가
김동욱이 전시작 ‘슥-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살 무렵 처음 그림을 그렸다. 정확히는 크레파스를 가지고 놀았다. 그림은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단순한 선 긋기로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유치원을 다니면서 정보와 지식을 접하고 부모와 여행을 다니며 자연을 체험하면서 조금씩 주제가 드러나는 그림으로 형태를 갖춰갔다.

그림과 접한지 5년만에 생애 첫 개인전을 영신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욱(7). 경북 청도군 화양읍에 위치한 조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 특별한 전시의 주인공을 만나 전시 소감을 묻자 그저 “기분이 좋다”며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응수했다.

7살 어린 나이에 첫 개인전이 성사되기까지에는 외할아버지의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김동욱이 5살때 외할아버지가 그림 한 장을 그려보라는 미션을 주었는데, 붓질 몇 번으로 순식간에 꽤 괜찮은 그림을 완성하는 외손자를 보고,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했다.

당시 김동욱이 그린 그림의 제목은 ‘슥-삭’. 또래의 아이들 그림의 공식인 하늘과 땅과 집 대신 선과 면과 여백, 색채의 조화가 일품인 추상이었다. 5살 아이의 그림이라고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구조와 색채의 조화가 군더더기가 없었다.

외손자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본 외할아버지는 동욱에게 “2년 후에 개인전을 열어주겠노라”며 “열심히 그려보라”고 격려했다. 이번 김동욱의 ‘날 것 그대로’전은 정확히 2년 후에 외할아버지가 약속을 지킨 것이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추상과 구상이 혼재한다. 작품 ‘마법의 성당’, ‘A Two 삼(3)’ 등이 대표적이다.

‘A Two 삼’은 초등학교에서 만다라를 배우고 영감을 떠올렸고, ‘마법의 대성당’은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모티브로 그렸다. ‘마법의 대성당’은 성당의 대형시계에 마법적인 요소를 녹여내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A Two 삼(3)’는 오이와 물고기, 식물 등을 만다라 형태로 구성했다.

제목도 톡톡 튀었다. ‘A Two 삼(3)’과 ‘과일 초상화’가 그랬다. 특히 도심 아파트 촌의 밤풍경을 그린 작품에는 ‘새벽11’라는 제목이 붙었다. 여기에는 7살 특유의 재치와 익살이 담겨있다.

“제목들이 재미있다”고 하자 “물감을 그리고 제목을 붙일 때도 있고 제목부터 생각하고 그릴 때도 있다”며 채 젖살이 빠지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가 제법 화가같은 대답을 내놨다. “밤 11시도 있고, 낮 11시도 있는데 왜 새벽 11시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새벽 11시라고 제목을 붙였다.”

전시에는 크레파스와 수채화 물감 등으로 그린 그림을 타일에 옮겨 전사한 작품 20여점을 걸었다. 물감과 크레파스 중 어떤 재료에 더 매력을 느끼느냐는 조금은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지자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질문해 달라고 재차 묻는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채화는 색을 칠한 뒤에 물만 바르고 되고, 크레파스는 그냥 그리기만 하면 되는데 두 재료가 달라서 이것은 이런 대로 좋고, 저것은 저런 대로 좋아요.”

7살에 개인전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이 경험의 의미를 오롯이 느끼기에는 아직은 어린 김동욱에게 “계속 그림을 그려서 화가가 되겠느냐”고 묻자 “그것을 어떻게 알겠느냐? 그때 가봐야 알지 않겠느냐”며 제법 어른스러운 답을 내놨다. 전시는 31일까지. 010-9258-4140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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