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덜어내니 편안해진 꼭두인형
군더더기 덜어내니 편안해진 꼭두인형
  • 대구신문
  • 승인 2017.05.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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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성수 개인전

27일까지 7T갤러리

작업 후 남은 자투리

길가의 돌 등 선택

가공 최소화하는 방식

재료 각각의 원형 살려

조각적 미감 극대화
김성수-돌그리다
조각가 김성수 개인전이 27일까지 7T갤러리에서 열린다. 김성수 작 ‘돌,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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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성수


색을 빼고, 행위를 최소화 했다. 인위(人爲)를 걷어내니 형태미가 담백해졌다. 그리고 스며나는 감성도 여느 때보다 따뜻하다. 조각가 김성수가 7T 갤러리 전시에 내 놓은 작품들이다.

전시에는 대형 나무조각 작품 ‘꽃을 든 남자’를 중심으로 돌 조각 인물상 21점과 나무 조각 인물상 6점을 주변과 벽면에 배치됐다. 서성이다 우연히 만나지는 재료에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재료가 가진 본래의 이야기에 집중한 결과다. 전시 주제 또한 ‘서성이다 만난 얼굴’이다.

“인물상이 주제가 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작품보다 힘이 많이 빠졌다. 인위보다 무위에 가깝다. 힘을 뺐더니 나도, 작품도 편안해졌다.”

주재료는 큰 작품을 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 조각이나 길에서 주운 돌이다. 누군가에게 선택되지 않으면 존재감 없이 끝날 하찮은 것들이다.  오랜 세월 경북 성주군 선남면의 자연 속에서 살면서 깎이고 깎여 어느 정도는 욕망을 내려놓게 되면서 만난 재료들이다. 자연과의 교감지수가 높아지고 자연처럼 마음이 순해지면서, 발에 채이는 하찮은 돌과 버려지는 나무조각들의 작은 외침이 들려왔다.

“얼굴상 작품은 내 작업의 작은 지류다. 하지만 의미는 적지 않다. 색채를 걷어내고 형태미를 단순화한 작은 지류가 본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업이 진화해 가는 것이다.”

품을 팔아 어렵게 구하거나 큰 돈 들여 산 재료와는 거리가 있다. 발에 채이다 마음이 잠시 머문 인연들이다. 첫 만남에서 만만하게 작업할 준비가 된 재료들. 대작에 대한 욕망보다 재료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가 열렸다. 작업은 본래 형태는 최대한 살리고 최소한의 윤곽선만 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료가 반 이상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길쭉하면 길쭉한 대로, 둥글면 둥근 대로, 모가 나면 모 난 대로 재료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흐트리지 않고 그대로 활용했다. 최소한의 손질로 내 감정과 의지와 느낌만 표현했다. 자연이 80%를 만들었다면 내 행위는 20%에 불과하다.”

돌을 전문으로 조각하는 조각가들의 시선에서 보면 방법이나 형식에서 부조화다. 매끈하게 깎이지도 않았고, 비율도 제각각 자유분방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김성수의 조각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조각기법보다 김성수만의 감각과 감성으로 접근한 탓이다.

그 역시 자신의 돌조각을 “일반적인 조형물에 비견하면 빵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주 남산의 석굴암에 비례가 있나? 원래 있던 돌에 돌이 가진 형태미를 드러냈을 뿐이다. 나 역시 규격화된 방식보다 인위보다 무위자연을 선호했던 선조들의 정신에 더 집중했다”며 개성 있는 창작에 대한 여지를 열어 두었다.

김성수는 지금까지 ‘꽃’과 ‘꼭두인형’을 회화의 붓 터치 기법으로 평면의 미감에 입체적 양감까지 확보하며 입체와 평면을 동시적으로 실현해왔다. 주제는 다분히 동양적이었다. '꼭두인형'을 매개로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세계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초기의 꼭두인형이 관념과 밀접했다면, 이번 작품부터는 군더더기는 걷어내고 조형성에 더 집중했다. 향후 작품의 전개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업 초기에는 서양성을 걷어내는데 10년을 집중했다. 그 이후부터는 삶과 죽음 등의 관념을 팠다. 이제는 관념적인 것은 최대한 걷어내고 주제의 중심이 되는 혼만 남기고 조형성에서 군더더기가 빠질 것 같다. 내 삶이 편안해지니 꼭두인형도 편안해지고 있다.” 27일까지. 070-8259-545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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