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엮어낸 얼굴에 일상의 행복 담겨있네
나무로 엮어낸 얼굴에 일상의 행복 담겨있네
  • 김가영
  • 승인 2017.09.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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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갤러리사계 이상섭展
나무 활용 얼굴 등 사람 형상 작업
일상 속 기분좋은 상황 표현 초점
銅 사용한 새로운 작품도 선보여
나무 활용 얼굴 등 사람 형상 작업
일상 속 기분좋은 상황 표현 초점
銅 사용한 새로운 작품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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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며 ‘마음의 치유’를 이끄는 이상섭의 전시가 30일까지 갤러리사계에서 열리고 있다.
나무조각가로 알려진 이상섭(38)이 나무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입학 후부터다.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미대에 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수능을 다시 쳐서 미대생이 됐지만 선뜻 대학생활에 몰입하지 못하다 만난 재료였다.

“입학동기들과 나는 출발선이 달랐다. 대학 다니다 군대 다녀와서 미대에 다시 들어갔으니 한참이나 늦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했고,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그때 나뭇가지를 만났다.”

나뭇가지 조각은 우연의 산물이다. 대학 생활 중 우연히 길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깎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하며 작업에 끌어들였다. 나뭇가지를 깎는 행위에서 잠깐 잠깐이었지만 중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나뭇가지를 깎으면서 몰입과 비움을 경험하면서 편안해졌다. 상처가 치유되는 것 같았다. 이것을 작업으로 가져와 나와 다른 사람의 상처까지 어루만지면 어떨까 싶었다.”

재료는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도심의 아파트에서 흔히 경계목으로 심는 종이다. 줄기와 가지가 연필의 반 정도 굵기에 지나지 않아 나뭇가지지만 의외로 섬세하다. 초기에는 껍질을 벗겨낸 회양목 가지를 얼기설기 엮어서 하트를 만들거나 평면에 추상처럼 집적했다.

“회양목은 가지가 쭉 뻗어 있고 잔가지의 꺾임이 자연스럽고 불규칙적이다. 인위적이지 않다. 섬세한 작업을 하기에 제격이다.”

출발이 ‘상처 치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초기에는 하트나 평면에 추상으로 표현했지만 누군가의 ‘감정 치유’에 방점이 찍힌 만큼 형상도 감정과 연관 짓고 싶어졌다. 그래서 변화한 형상이 얼굴이다. “얼굴은 감정상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유의 감정을 극대화해 관객과의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세 번째 변화는 형상과 작업방식 모두에서 모색됐다. 우선 나무를 깎는 과정에 노동집약을 극대화해 치유의 확장을 꾀하고, 형상도 보다 공감대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인체였고, 실이었다. 실로 감은 회양목 가지는 주로 인체의 머리카락으로 활용됐다. 이 시기 평면 작업도 병행했다. 나뭇가지에서 벗겨진 껍질을 활용해 평면에 웃는 얼굴의 형상을 만들었다. “나뭇가지에 실을 감으면서 노동이 집적됐다. 그것이 곧 치유의 극대화와 연결됐다.”

작업을 하기 전에 제목부터 정한다고 했다. ‘바람 부는 날’, ‘흐르는 음악처럼’처럼 말이다. 감정상태를 제목에 정해놓고 작품 속에 그 감정을 표현한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기억은 정말 행복한 기억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경험할 법한 기분좋은 상황들을 제목으로 정하고 거기에 맞는 작업을 한다.”

10년 만에 재료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나무대신 동(銅)을 사용한다. 이번 전시에 신작 하나가 소개되고 있다. 표범 같기도 하고 사자 같기도 한 동물의 꼬리부분에 장미꽃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이다. 장미는 동물의 감정상태를 시각화한 것이다. “동물도 인간처럼 똑같이 다양한 감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동(銅) 작업에는 ‘상처치유’라는 지금까지의 주제가 그대로 계승되지만 출발점이 완전히 다르다. 그가 동(銅) 작품을 통해 “보다 이기적이 됐다”고 운을 뗐다.

“나무 작업은 누구나 보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제목과 형상에 감정선을 표현했다. 반면에 동(銅) 작품은 순수하게 내 감정에만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갤러리사계(대구 중구 봉산문화길)에서 30일까지. 053-425-67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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