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색 모포 위, 인간의 욕망이 타오른 흔적
국방색 모포 위, 인간의 욕망이 타오른 흔적
  • 황인옥
  • 승인 2017.09.1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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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정태 초대展
29일까지 아트클럽 삼덕
모포를 캔버스로 활용
불로 태우는 개성적 방식
작업과정 영상으로 제작
욕망의 속성을 표현해
김정태1
모포로 만든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정태 작가.

국방색 모포의 표면을 불로 태우고 그 위에 여자와 남자의 형상을 곡선이나 점으로 태워서 표현한 두 작품이 전시장에 걸려있다. 모포를 캔버스로 활용하고 물감 대신 불을 사용한 실험성이 예사롭지 않다. 작가 김정태(65)가 “인간을 욕망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작업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화한 사진을 끼운 액자의 표면에 투명 시트지를 바르고 아크릴로 가로세로로 선을 긋고, 남자와 여자를 서로 다른 크기로 겹쳐 드로잉했다.

올해 작가가 유럽에서 열리고 있는 빅 미술 이벤트인 베니스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 그리고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인간의 온갖 화려한 욕망들의 전시장과도 같은 빅 이벤트 사진들에 작가의 메시지가 가미된 이 작품의 주제 역시 ‘인간의 욕망’이다.

움직임이 있는 영상으로 ‘욕망’을 강렬하게 은유한 작품은 백미다. 모포 위 얼굴 작업 과정을 다양한 기법의 영상으로 제작해 욕망이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지는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영상 작업은 처음 시도했다. 젊은세대와의 소통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매체다.”

서양화가 김정태가 최근 전시를 시작한 아트클럽 삼덕에서 작품 설명에 앞서 ‘젊은세대’를 먼저 언급했다. 이번 전시를 ‘욕망’이라는 동서고금을 초월하는 주제로 젊은세대와 공감하기 위한 전시로 풀었다는 것이 속내다.

사실 그는 1970년대 젊은 작가들이 기성 미술계의 경직성에 도전하며 다양한 실험성을 펼쳤던 ‘제3회 대구현대미술제’ 참여했고, 대구현대미술제에 총 5회 정도 참여한 관록의 작가다. 그 시기 작가들이 단색화 등의 하나의 화풍을 일관되게 파고들때 그는 재료나 화풍의 구애없이 다양하게 탐닉했다는 점에서 차별화의 길을 걸어왔다. 모포, 사진, 영상이 전시장을 채우는 이번 전시는 그의 아방가르드적 성향이 오롯이 반영됐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40여년 동안의 작업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엄연히 2017년 신작들이다. 과거 작업했던 작품들에 현재성을 추가해 새롭게 제작한 것. 전시 방향을 젊은 세대와의 소통으로 잡았기에 그들과의 소통력을 높이기 위한 현대적 재해석은 당연했다.

“좋았던 작품이든, 부끄러웠던 작품이든 상관하지 않고 그동안 해 왔던 작업을 소개하고 싶었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갭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예술가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작업하는 정신도 다르지 않다. 내 작품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예술적 영감을 서로 주고받고 싶었다.”

김정태의 79년도 대구현대미술제 첫 이벤트 참가 작품은 비닐작업이다. 강정 백사장에 비닐을 깔고, 비닐 밑에 깔린 수많은 나뭇가지와 돌맹이를 드로잉으로 옮겼다. 전시가 끝나면 그 비닐을 자루에 넣어 땅에 묻었다. 아방가르드의 전형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는 이후 모포, 사진, 숯과 황토, 밧줄 등 다양한 재료들을 탐닉하며 다채로운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그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한다”며 다양한 작품을 추구한 배경을 설명했다. “예술을 하는 동안 내 나름의 철학이 있다. 하나의 작업만을 꾸준하게 하는 것은 내 체질에 맞지 않았다. 많은 철학들이 내 머릿속을 오고가는데 어떻게 하나만 붙들고 있을 수 있겠나?”

인터뷰 내내 “작업이 재미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던 그가 이제는 하나의 작업을 파고들고 싶다는 속내도 비쳤다. 그동안 발표했던 다양한 작품들 중 하나를 잡아서 10여년 정도 치열하게 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것.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재료와 쌓은 친분의 시간들이 있어 담론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의 전시가 아트클럽 삼덕(대구 중구 공평로)에서 29일까지. 010-4427-101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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