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풍경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황인옥
  • 승인 2017.11.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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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철·하지훈 ‘풍경의 온도’展
내달 20일까지 스페이스K 대구
기억 속 이미지 붓으로 표현
금속성 물감 갈아 표면 완성
기억·상상 더한 가상의 섬 그려
풍경 통해 감정·시간 등 표현
신경철_T-HERE-97
신경철 작 ‘T-HERE’(사진 왼쪽), 하지훈 작 ‘classical landscape’.
하지훈_classical

풍경은 두 얼굴을 가졌다. 회화에서 가장 일반적인 소재이기도 하지만 부담백배인 대상이기도 하다. 수많은 작가들의 풍경 작품들 속에서 존재감을 갖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이스K 대구전에서 전시를 시작한 신경철과 하지훈은 어떤 풍경에 도전했을까? 이 둘의 풍경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2인전 ‘풍경의 온도’전이 열리고 있다.

신경철은 거칠고 즉흥적인 채색 후에 연필 드로잉으로 세밀하게 윤곽을 마무리하는, 뒤바뀐 작업순서를 통해 역전된 풍경성을 탐구한다.

그는 캔버스에 수차례 밑칠을 한 후 빛을 반사하는 금속성의 물감을 도포하고 다시 사포로 갈아내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단색의 매끄러운 표면을 완성한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를 캔버스의 표면에 빠른 붓질을 통해 펼쳐놓는다.

작가는 일차적으로 구현된 강렬하고 단순한 이미지 위에 드로잉을 가해 새로운 개입을 시도한다. 붓질이 지나가며 남긴 흔적이나 그 가장자리 부분의 미세한 공간들을 검은 연필로 세심하고 정밀하게 그려나간다.

작품의 모티브는 종이에 형광펜으로 글자를 쓴 후 검정 펜으로 윤곽을 그렸던 어린 시절로부터 왔다. 당시 글자가 생경한 모습으로 부각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느꼈다. 거친 붓질의 흔적에 집중했던 이전 작업들과 달리 이번 전시작들은 방법론적으로는 맥락은 같지만, 강렬한 붓질과 색감을 통해 한층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는 “거칠고 즉흥적인 붓질의 행위 이후 몰려드는 허무를 극복하고, 고착되려고 하는 이미지 혹은 기억에 대한 끊임없는 새로운 개입을 통해 그것을 재-이미지화 혹은 탈-이미지화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훈의 풍경엔 자신의 연대기가 녹아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었던 부친의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잦은 이사를 경험하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독일에서 거주했다.

부초처험 옮겨다녔지만 바다와 인접한 자연 풍경과 인연이 깊었고, 바다는 그림의 출발선이 됐다. 그의 기억 속에 잡지나 신문, 영화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자연의 이미지들이 함께 저장되면서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작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작품은 기억의 편린이 조합된 모호한 풍경을 띠며 ‘콜라주 된 풍경’이라 평가 받아 왔다.

최근에는 여러 풍경 중에 특히 섬에 매료됐는데, 이에 대해 그는 “섬은 나와 무척 닮았다고 느꼈는데, 안식의 장소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불안함을 내재한 양면적인 장소였다”고 고백했다.

이번 전시되는 작품에 등장하는 섬들은 실재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으로 기억 속 시각적 경험에 대한 인공적인 무대 장치에 가깝다. 섬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다채로운 붓질은 구체적인 세부 풍경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그와는 무관하게 자유롭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붓질과 물감의 흔적은 섬인 듯 섬이 아닌 듯 구상이자 추상인 채 어떤 질료 덩어리로 묘사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작품은 기억과 감정, 시간성과 같은 불안정한 속성의 경계 위에서 일견 추상화로 보이면서도 풍경화로 인식된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053-766-937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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