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순 거문고 독주회, 27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한혜순 거문고 독주회, 27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 대구신문
  • 승인 2018.02.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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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곡에선 하현·타령·해탄 선사

25분짜리 신쾌동류 산조도 선봬

김무길 명인에 민속악가락 수학

구음회 활동 등 정기공연 병행

“넓은 음역·깊은 울림 등 장점

다양한 레퍼토리로 전하고파”
거문고를 ‘맛없는 유기농’에 비유하는 거문고 연주자 한혜순. 그녀는 “건강한 유기농같은 악기가 거문고”라고 했다.


거문고는 선두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묵직하게 받쳐주는 매력이 있다. 이 점에서 겸양과 포용의 악기다. 반면에 깊이와 품격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강력한 리듬으로 문현을 칠 때는 폭풍우가 무색할 정도로 강렬하다. 거문고를 남성적인 악기로 칭하는 이유다. 하지만 거문고 연주자 한혜순은 포용적 기질은 수용하면서도 남성적 기질은 고정관념이라고 잘랐다.

“남성 연주자 중에서도 우직하게 연주하는 분이 있고, 여성보다 더 정교하게 연주하는 사람도 있어요. 남성과 여성으로 가르기보다 개인 성향의 차이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거문고는 가야금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다. 앞면은 오동나무, 뒷면은 밤나무로 속이 비게 울림통을 짜고, 그 위에 명주실을 꼰 6개의 줄을 맨다. 음역은 우리나라 악기 중 가장 넓고, 소리는 술대를 오른손에 낀 다음 왼손으로 괘를 뜯고 줄을 퉁겨 낸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거문고의 중후한 소리와 선비들의 품격을 동일하게 인식하며 곁에 두고 즐겼다.

“거문고 연주를 하면 할수록 악기의 성품을 알게 되고, 닮고 싶어져요. 악기가 인문학적인 가르침을 준다고 할까요?(웃음)”

한혜순(45) 개인독주회가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27일 오후 8시에 열린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정악 ‘별곡’,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 석가탑에 얽힌 전설을 거문고 가락으로 녹여낸 신곡인 정대석 작곡의 ‘무영탑’ 등을 들려준다. 별곡에서는 하현과 타령, 군악에서 해탄가락을 만날 수 있고, 공력을 요구하는 신쾌동류 산조도 25분 가량 선사한다.

이번 무대는 대구에서의 세 번째 독주회다. 지난해 상, 하반기로 나눠 두 번의 독주회를 선보였다. 40대 중반으로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녀가 지난해 비로소 대구 첫 독주회를 가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대학원 졸업 후 김천시립국악단의 초창기 멤버로 짧은 기간 지역에 적을 두기도 했지만 결혼과 함께 미국생활을 병행하면서 국내활동은 소원해졌다.

“시댁이 미국이어서 한국에서의 연주생활은 뜸해졌죠. 결혼 초기 미국을 오가며 각 나라의 민족음악에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 켄트주립대학교(Kent State University)민족음악학 석박사 통합과정의 입학허가서도 받아놓은 상태였어요. 굉장히 기뻤지만 첫 학기 어학필수과정 중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마침표를 찍었죠.”

미국생활 중에도 거문고를 손에서 놓은 적은 없었다. 거문고 산조 독주와 미국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과 국악 선율로 다수의 협연무대를 가지는 등 미국에서 오히려 더 많은 공연을 이어갔다.

“한복집을 하셨던 어머니가 전통음악을 좋아하셔서 어머니 권유로 중학교 때 거문고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거문고가 고리타분한 악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대학에서 거문고의 맛을 조금 알아갔고, 미국 연주를 이어가면서 제대로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그녀의 거주지는 서울이다. 현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학과 박사과정 재학중에 있다. 국내로 돌아와 스승이었던 김무길 거문고 명인에게 한갑득류와 신쾌동류 각각의 전바탕과 민속악 가락을 수학한 뒤 사단법인 악성옥보고 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는 거문고 경연대회의 진행위원과 이사를 지내면서 ‘한국거문고 앙상블’ ‘동빈현음’ ‘구음회’ 등 크고 작은 연주를 이어가며 학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 번에 강렬함을 남기는 음악을 하기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기본이 탄탄한 연주를 하고 싶어요.”

거문고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비인기 종목이라 여타 전통악기에 비해 대중성이 낮다. 포용성, 깊이감, 선비정신이 녹아있는 품격 등의 거문고의 매력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성시대를 다시 맞을 여지는 충분하다. 한혜순은 거문고를 ‘건강한 유기농’에 비유했다.

“유기농은 입안에 처음 들어갈때는 자극적인 강한 맛은 없지만 건강에 좋아서 자꾸 찾게 되잖아요? 거문고 역시 유기농처럼 확 빨려들지는 않지만 음미할수록 절개와 품격이 느껴지는 악기에요. 앞으로 거문고의 좋은 점을 알리는 역할을 차분하게 저만의 방식으로 해 나가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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