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로 암호화된 오류의 세계
노이즈로 암호화된 오류의 세계
  • 대구신문
  • 승인 2018.05.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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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展, 내일부터 美 신갤러리

컴퓨터 프로그래밍한 노이즈

캔버스에 붙여 자른 후 채색

평면~퍼포먼스 전방위 작업
SHIN GALLERY
SHIN GALLERY, ARMO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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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50년 가까이 살면서 여러 번의 정권변화를 경험했다. 이념이 다른 세력 간의 정권 변화를 경험할 때는 적잖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흑이 백이 되고 백이 흑이 되는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났다. 정권에 따라 가치체계가 종잇장처럼 가볍게 뒤집히기 일쑤였다. 작가 박종규(51)의 물음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정권이 바뀌는 등의 환경변화에 따라 옳음과 그름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 현상이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질문이 꼬리를 물었죠. 비정상적인 상황이 사유를 이끌어냈다면 아이러니일까요?(웃음)”

이상적인 사회는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 특정인보다 구성원 전체의 행복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은 주류와 비주류, 중심과 주변, 쏠림과 배제 등의 이분법적 논리로 흐른다. 이때 비주류, 주변, 배제는 필연적으로 소외를 경험한다. 박 작가의 예술적 시각이 머문 지점은 바로 배제다. 그는 배제를 컴퓨터적인 장애, 또는 오류에 해당하는 ‘노이즈(Noise)’로 치환하고, ‘노이즈’에서 새로운 발견의 단초를 발견한다.

“우리가 진실(참)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과연 진실이기만 한 것인지, 잘못(오류)이라고 믿었던 것이 끝까지 오류로 남는지에 대한 의문을 노이즈라는 개념 틀로 사유하려 했어요. 우리가 배제했던 노이즈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며 상상의 지평을 확장해 왔죠.”

작업의 요체는 암호화이며, 작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작으로 진행된다. 컴퓨터 상의 노이즈가 암호화한 이미지로 형태를 갖춘다. 이러한 노이즈는 시시각각 다양한 형태로 무한증식이 가능하다. 작업과정은 노이즈의 형태로 암호화한 이미지를 출력하고, 캔버스에 붙인 후, 노이즈 부분이나 그 반대 부분을 뜯어내고 그 위에 채색을 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암호화의 최소단위로 사용되는 것이 컴퓨터상의 픽셀(pixel˙점). 픽셀의 다양한 조합으로 평면, 설치, 판화, 사진, 미디어, 퍼포먼스를 넘나든다. 그가 원천 소스 이야기를 했다. “내 작품은 몇 만점이라도 전체가 하나일 수 있다. 하나에서 분열, 증식하고 재조합되기도 한다”고. 그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원천소스라는 것.

“본질을 찾는데 나만의 방식이 있어요. 그게 없으면 베끼게 되죠. 제게 원천소소는 ‘픽셀’과 ‘노이즈’에요. 픽셀과 노이즈만 있으면 작품은 무한 증식이 가능하죠. 그러나 수십만장의 작품으로 증식 되었어도 결국은 픽셀과 노이즈라는 하나의 작품 안으로 수렴되죠. 그게 원천소스의 힘이죠.”

픽셀과 노이즈. 컴퓨터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차갑다는 의미다. 돌려 말하면 의미 개입은 지양하고 틀과 형식이라는 시각적인 변화로 현상 직시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노이즈 이전 작업에서 대상 위에 비닐을 덮거나 네모 상자의 한 면을 비우는 등을 통해 3차원 너머의 차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이즈 작업에서도 문학이나 철학적 요소는 지양하고 철저하게 현상학적인 접근을 따른다.

“예술가가 자유로운 것 같지만 더 틀에 갇히죠. 저 역시 일정한 형식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다른 형식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움텄어요. 노이즈라는 개념은 새로운 형식에 대한 갈망의 결과죠.”

원천소스로 자신만의 화풍을 집대성한 박종규에게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갤러리에 초대받고 있다. 오는 4일부터 열리는 미국 뉴욕 신갤러리 전시도 주목을 끌기는 마찬가지. 전시에는 ‘Trajectory (궤도)’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작업해온 픽셀이 부각된 평면 작업들과 비디오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특히 작년 아트바젤에서도 선보인바 있는 ‘Maze of onlookers(메이즈)’ 시리즈 중 일부인 CCTV설치 작업도 함께 선사한다.

그가 큰 무대에서의 활동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과거에는 화가가 화상이나 갤러리스트를 찾아갔다면, 지금은 SNS나아트페어나 전람회를 통해 개인이 스스로 자신을 알리는 시대에요. 현 시대의 작가라면 큰 무대를 찾아 활동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죠. 저는 그런 활동을 기꺼이 하며 소통력을 높이려 하죠.” 전시는 신갤러리에서 4일부터 6월1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박종규는 지난해 2017 아트바젤 홍콩에서 아트시(Artsy) 선정 ‘15개의 아름다운 부스’에 박종규가 선정되고, 파이넨셜 타임즈 주목할 작가 10선에 선정됐다. 또 2018 아모리 아트페어에서 하이라이트 2018에 선정되고, 대만·홍콩·뉴욕·상하이에 기반을 둔 잡지 아트 인베스트먼트 뱅크의 아모리 주목작가로 기제됐다. 그리고 잡지 E매거진의 ‘kuaibaomagazine 2018 홍콩아트바젤 13명’의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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