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영롱한 광채 품은 우연의 산물
오색영롱한 광채 품은 우연의 산물
  • 황인옥
  • 승인 2018.05.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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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서 박정자 개인전
40년간 전통 칠보공예 현대화 모색
4미터 훌쩍 넘는 벽걸이 작품 ‘백미’
금박·은박 벽장식품 등 50여점 선봬
박정자 칠보작품전
박정자 전시작. 대백프라자갤러리 제공

높이 80센티, 길이 40센티의 평면에 웅장한 산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평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성여야 했다. 분명 벽에 걸린 평면인데 광택이 유난했다. 화려한 색감이 회화인가 싶지만 광택과 질감에서 불에 구웠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분명 도자기의 색감과는 달랐다. 그때 작가 박정자가 싱긋 웃으며 “칠보공예”라고 했다.

칠보공예는 유리질의 유약을 금 · 은 · 구리 등의 표면에 약 700~820℃의 열로 녹여 부착해 미감을 드러내는 색채예술이다. 마치 일곱 가지 보물과 같은 색상이 난다하여 ‘칠보(七寶)’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녀가 칠보공예가로 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수많은 칠보 유약과 함께 800℃의 칠보가마에서 소성되어 나오는 아름다운 색채와 수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매력에 반해 40년 동안 칠보공예를 하고 있습니다.”

칠보공예가 박정자의 개인전이 27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산, 원, 곡선, 사선 등의 형상에서 뿌리기, 금박, 유광 등의 다양한 표현기법까지 40년 동안 칠보의 현대화를 모색해 온 작품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칠보공예는 불이 만드는 예술이다. 불의 조화 속을 예측하거나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가가 금박을 이용한 작품 앞에서 예축불가능한 불의 속성과 우연성의 관계를 설명했다. “40년을 매진하다 보니 조금은 불을 제어할 수 있게도 됐지만 여전히 똑같은 색과 재료를 입힌 동판이 불에 구워져 나왔을 때의 우연적 결과는 매력을 더하는 것 같아요.”

박 작가는 창작과 대학 교수를 겸해하며 지역 금속공예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가톨릭대 응용미술학과에서 칠보를 배운 후 칠보의 매력에 빠져 40년간 전통 칠보의 현대화를 다양하게 모색해왔다. 70년대 말, 이방자 여사로부터 전수받은 칠보공예 기능 전수자인 김수복의 문하로 들어가 낙선재에서 교육 받기도 했다.

4미터가 넘는 대형 벽걸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칠보로 제작한 대형 벽걸이 작품을 만나는 것은 국내에서 쉽지 않다. 작품은 400㎜ x 400㎜ 크기의 칠보 조각 44장으로 구성됐다. 대구가톨릭대학에서 우리나라 대학 유일 45센티에서 50센티 크기로 구워낼 수 있는 대형 칠보로를 보유하고 있어 큰 사이즈의 조형물 제작이 가능하게 됐다.

“동판 44개로 만든 4미터 칠보벽걸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대구가톨릭대학 밖에 없어요. 이 환경이 칠보제작의 높은 실패율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줬죠.”

뿌리기, 금박, 유광, 무광 등 유난히 제작기법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족히 수십가지는 사용했다고 했다. 특히 칠보유약의 특징인 광택을 없애고 은은하게 표현하는 무광작업에서는 작업 과정의 까다로움을 호소했다. 창의성에 지구력과 장인정신까지 요구되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많게는 2000번까지 사포질을 해서 면을 고르게 갈아내고 광택을 없앤 후 다시 250~300℃ 온도에서 2~3분 구워 꺼낸 후 파라핀 작업을 거쳐야 하죠.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40년을 해도 그 매력은 끝이 없습니다.”

대형 벽걸이 작품을 비롯 다양한 종류의 금박 은박 색박의 벽장식품과 악세사리 등 50여점 작품을 만나는 전시는 27일까지. 053-420-8015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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