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창집 젊은이들’ 문화현장으로 끌어내다
‘막창집 젊은이들’ 문화현장으로 끌어내다
  • 황인옥
  • 승인 2015.10.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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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사 ‘인디 053’ 이창원 대표

음악 넘어 전방위 독립문화예술 지향… 건강한 문화생태계 목표

다양한 공연·포럼·축제·기획자 양성 교육 등 지역서 ‘종횡무진’

하루 10명 오가던 김광석 길 재발굴 주역… “문화도 마케팅 필요”

“새 콘텐츠는 농촌에” 도시 청년들 모아 농촌마을 인문자원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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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053 거리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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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053 이창원 대표는 “행정과 문화예술 그리고 시민을 매개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문화기획자인 인디053 이창원 대표의 생각은 남달랐다. 문화의 경쟁 상대가 ‘막창집’이라고 했다. “퇴근길 1만원을 들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젊은이와 막창집에 들러 막창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젊은이 중 어느 쪽이 더 많으냐”는 것이 막창집을 경쟁상대로 놓은 이유였다. 이 대표의 목표는 1만원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막창집에서 문화현장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대표의 사고는 거시적이고, 행동은 통합적이었다. 문화와 막창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경쟁 구조 속으로 수렴하고, 문화와 농촌, 문화와 거리 등의 이질적인 요소를 융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특히 정치와 자본, 권력 등의 외부의 힘으로부터 독립돼 예술행위를 하는 주체를 지향한다. 이것이 그가 바라보는 전방위 독립문화예술이다.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독립문화, 청년문화, 지역문화, 생활문화 등의 문화 활동 전반에 걸쳐서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독립문화는 기존의 아카데미 중심의 예술시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장르에서 독립적인 운동을 찾는 아티스트들을 줌심으로 하는 것이라면, 청년문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문화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또 지역문화는 대구에서 독립예술을 하고 있는 청년과 지역예술, 공적영역, NGO, 행정 등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하는 것입니다. 생활문화는 삶 자체가 예술이되고, 예술하는 사람들이 문화적 현장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인디053은 전방위 독립문화예술로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이 대표의 철학을 담는 그릇이다. 2007년 설립해 음반 제작, 공연 기획, 공공예술 프로젝트 진행, 독립예술 교육 활동 등 말 그대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의 지역번호인 053에서 짐작 되듯 대구를 중심으로 장르와 분야를 융합하며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음악이 좋아 고등학교 때 밴드활동, 군에서는 군악대를 했어요. 대학시절 주류와 비주류라는 이분법에 함몰되는 대구를 보면서 ‘왜 우리 지역은 전부 아니면 전무일까’에 대한 질문에 봉착하며 대구의 거리문화를 테마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골목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이후 다양한 활동을 거치면서 생각을 함께 하는 친구들과 인디053을 만들었어요.”

인디053의 주력사업은 음반 사업이다. 하지만 이는 이들의 유일한 적자사업이다. 하면 할수록 적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 사업은 상품이 아닌 작품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경제적 적자는 거리공연, 클럽공연, 포럼, 축제, 기획자를 양성하는 교육사업 등을 통해 메워가고 있다.

“거리공연 활성화,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리예술, 라이브 등 자생적인 소극장 문화 활성화, 독립문화 등 실험적인 비주류 문화예술 다양성 확보, 아카데미 운영을 통한 독립예술가 발견, 기획 콘서트 등 독립문화 콘텐츠 제작, 공공적이며 실험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 확대, 시민문화예술 향유 활성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조성 사업이다. 그는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해 방천시장 컴필레이션 음악 ‘시장이 시작이다’를 발매하고 김광석이라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발굴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조성에 매개자 역할을 자처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재미로 시작됐어요. 처음 문전성시 프로젝트에서 지금 김광석 다시 그리기가 조성된 골목은 제외됐었죠. 하루에 10명도 지나다니지 않는 서글픈 공간이었습니다. 우연히 그 벽을 보면서 ‘뭔가 재미있을 것을 하면 어떨까’하다가 콘크리트 벽에 문화예술을 입히자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그러다 김광석이 대구 대봉동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끼리의 놀이터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 했죠. 우리가 놀다보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올 것 같았어요.”

그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흘린 땀방울의 결과인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한마디로 대박을 친 것이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흥행은 자본의 대거 유입으로 이어졌고, 현재 순수성을 잃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본 유입’에 대해 그만의 남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그는 “지금은 면밀하게 현상을 분석할 때다.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윤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지금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주민은 주민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다 자기 것이라고 하고 돈 이야기만 합니다. 브랜드 컨트롤 타워가 없어 생긴 문제라고 봅니다. 누군가 리더십을 가지고 들어온 돈이 그 지역에 남도록 해야 한다고 봐요. 상업공간들의 이윤이 작가들에게 지원되고 작가들은 작품으로 사람들을 오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지요.”

이 대표는 앨범제작에서 적자를 볼지언정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분야에서 금기시 되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예술분야에서도 상업적인 마케팅이나 대외홍보 등의 상업적인 용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실에 두 다리를 딛고 예술계를 바라보아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고 인디 053을 지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디053 대표라는 직함에서 더 나아가 지역 문화계의 행정과 예술과 시민 사이의 중간자 역할까지 내다봤다. 원활한 거버넌스(Governance)를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는 것.

“고착화된 예술단체에 예산이 독점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예술분야나 계층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로 가는데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단순한 매개자라기보다 문화매개자를 양성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플랫폼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요.”

이창원은 도시에서 눈길을 농촌으로 돌리고 있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다 나왔다는 것이 그가 농촌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시작은 도시의 청년들이 농촌에 머물면서 거주민들과 문화 활동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농촌문화 활동에 두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그가 문화예술계로 뛰어든 이유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의외로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정적인 산업구조를 가진 단체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급여를 가져가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그런 삶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당연한 패턴인데 문화예술계의 현실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선배 세대에게 부여된 그 시대의 미션이 1인 기업으로 살아남는 것이었다면, 지금 제게 부여된 미션은 선배들이 안해본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른분야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구조를 문화예술분야에서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것이지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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