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사통 ‘범죄와의 전쟁 37년’
대구 수사통 ‘범죄와의 전쟁 37년’
  • 황인옥
  • 승인 2016.10.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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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베테랑 형사 김영진씨

수기집 ‘수사의 혼’ 발간

재직기간 탁월한 검거 능력 인정

“강한 정의감, 경찰생활 원동력…

후배들에 수사 노하우 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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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베테랑 형사였던 김영진씨가 37년간 형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수기를 담은 책 ‘수사의 혼’을 펴냈다.
거의 모든 범죄자는 자신의 죄가 명백하게 드러나도 쉬 자백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일단은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범죄 사실을 부인부터 하고 본다. 설사 빠져나갈 수 없는 명확한 증거를 들이대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조작하려고 시도하거나 거짓말로 범죄를 재구성하려 든다.

범죄자를 법정으로 보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자백이다. 끝까지 자백을 거부하고 정황증거만으로 법정에 보내지면 논란의 여지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무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형사 생활 34년의 경험을 ‘수사의 혼’이라는 책으로 펴낸 전직 형사 김영진 씨는 형사의 덕목 중에 ‘범인의 자백을 받아 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자백을 받아내야 해당 사건에 실마리가 풀린다”며 “하나의 사건을 자백해야 여죄 자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범인이 자신의 죄를 낱낱이 털어놓고 제대로 처벌 받아야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더 강력한 범죄를 예방할 수도 있다. 그만큼 자백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백. 형사라면 누구나 범죄자로부터 순조롭게 받아내고 싶어하는 범죄구성 요소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과학적 수사에 의한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들이댐으로써 범인으로부터 자포자기하게 만들거나, 그렇지 못하면 또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받아내야 하는 요소다.

자칭 “자백을 받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었다”는 김영진 전 형사는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는데 어떤 방법을 활용했을까? 그는 “진솔함”을 들었다.

“범죄자가 자신의 죄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면 눈물을 흘리며 자백을 한다. 이 경우 자기반성에 의한 자백이다. 이런 상황까지 가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양심을 건드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사와 범죄자간에 진솔함이 바탕이 된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결국 형사와 범죄자 간도 일반인들처럼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김영진 씨는 1978년 순경으로 임용, 2012년 은퇴했다. 전투경찰 3년을 포함하면 37년 동안 경찰로 살았다. 그는 50~60명이 근무하는 경찰서 내에서 1년 내내 ‘형사왕’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로 탁월한 범인 검거 능력을 인정받았다. 마약사범, 강도범, 성폭력범, 절도범, 소매치기범, 사기범, 방화범 등 수많은 범죄자를 법정으로 보내는가 하면, 평생 형사 생활을 해도 1~2명도 잡기 어렵다는 살인범을 37년 재직 기간 동안 7명이나 체포해 감옥으로 보냈다.

이 같은 결실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다른 ‘정의감’이 숨어 있다. 김영진은 파출소 초임 시절 결혼을 앞둔 처녀가 괴한 2인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것을 지인으로부터 듣고 처녀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딸의 앞날을 걱정해 신고도 못하고 속앓이 하는 아버지에게 ‘범인을 꼭 잡아 주겠다’고 약속하고 결국은 범인을 잡아 그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물론 이 사건으로 그의 배에는 범인으로부터 찔린 칼자국이 지금도 훈장처럼 남아있다.

“형사라면 누구라도 그렇지만 나 역시 정의감이 강하다.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들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게 올라온다. 그 정의감이야말로 범인을 검거하는 큰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정의감이 범죄해결의 뿌리라면 순발력과 체력은 뿌리를 떠받치는 줄기와 잎이다. 순발력은 오랜 경험에서 오는 감각이 중심이 되며 체력은 부단한 자기관리의 소산물이다. 결국 철저한 자기관리와 범죄해결을 위한 몸을 사리지 않는 정의감이 유능한 형사의 중요한 자질인 셈. 김영진의 형사 생활은 이 기본을 지켜가는 연속이었다.

일선 경찰로서 범죄현장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베테랑 형사가 37년간 형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수기를 담은 책 ‘수사의 혼’에는 김영진 전 형사가 형사시절 해결한 사건들이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책에는 수사기초이론, 자신이 경험했던 강력사건 이야기들, 그리고 범인에게 자백 받는 방법 등 나라를 위해 애쓰는 후배 경찰들의 발전과 도약을 위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흉악범이 날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은 후배 형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특히 일반인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한 데도 도움이 된다. 건국 이래 전직 형사가 실제 사건을 다룬 책을 출간한 첫 케이스인 만큼 범죄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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