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도 타당하다- ‘왜요?’
어떤 질문도 타당하다- ‘왜요?’
  • 승인 2017.01.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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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오바마 대통령과 한국 기자 간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10년 G20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 질문은 한국기자에게 주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은 일이다. 중국기자가 대신 질문해도 되겠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개최국인 한국을 배려해 다시 한 번 한국기자에게 질문해 달라 하지만 끝끝내 기회는 중국기자에게 가고 말았다. 그 영상을 지켜 본 우리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림책 ‘왜요?’(베틀북) 주인공 릴리는 대여섯 살 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다. 아빠는 릴리 때문에 펄쩍펄쩍 뛸 때가 많은데 온종일 끊이지 않는 ‘왜요?’라는 질문 때문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어마 무시한 우주선이 나타나고 험상궂은 외계인들이 걸어 나와 “우리는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덜덜 떠는데 딱 한 사람만 예외다. 바로 릴리. 릴리는 외계인에게 묻는다. “왜요?” 외계인들은 “왜냐하면???”하고 거창하게 대답하지만 릴리는 계속 궁금하다. “왜요?” 외계인들은 마침내 “너는 황제께 매우 버릇없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별들을 없애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생략)” 며 스스로 지구를 떠난다. 외계인들은 “깨달았다”라고 했다. 이 책이 가볍게 유쾌, 통쾌함을 떠나 무릎을 치게 하는 명쾌함까지 주는 이유다.

외계인들의 착각을 릴리가 깨닫게 해 준 것, 키워드는 질문이다. 질문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다. 소크라테스도 질문으로 제자를 가르쳤다. 그의 산파술은 출산의 고통이 아무리 크고, 그 과정이 더디다고 산모를 대신해 아이를 낳아줄 수 없듯이 지식 또한 스승이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문답을 통해 스스로 무지를 깨닫고 지혜를 산출하도록 했다. 공자도 그랬고,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유대인 공부방법도 그랬다.

‘하브루타’라고 있다. 유대인의 학습방법인데 1:1로 짝을 지어 대화하고 질문하고 논쟁하는 것이다. 노벨상은 물론이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과학, 기술, 경제, 정치, 미디어, 의학 등등 여러 분야에서 유대인들이 성공한 이유가 바로 하브루타 덕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능지수는 세계 2위, 이스라엘 지능지수는 45위라는 사실을 두고 보면 참으로 질문이 빠진 교육의 결함은 크다.

한국기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사건을 두고 질문이 빠진 교육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최고의 엘리트라고 해도 좋을 기자들조차도 ‘내 질문이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잘못 질문했다가 나중에 야단 듣지 않을까?’등의 이유로 망설였던 것이다. 새해를 맞아 미국과 한국의 신년 대통령 기자회견장에서도 아주 큰 차이점을 본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에게 따지고 질문하는 미국기자와 묵묵히 받아 적기만 할뿐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 한국기자. ‘왜?’라고 질문하기보다 ‘네! 네!’라는 대답으로 길들여진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질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따진다’, ‘나선다’, ‘피곤한 사람이다’라는 부정적 견해로 본다. 학생들조차도 궁금한 것은 물론 모르는 것도 질문하지 않는다. 연장자 또는 선임자에 대한 예우는 아름다우나 사회가 수직적 관계에 묶여 끌려간다면 늘 주종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가 주인이고 자신의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이제 교육에 새바람이 분다. 거꾸로 교실, 질문하는 교실이 그것이다. 획일적이고 주입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 스스로 교사가 되어 친구를 가르치고 질문하고 토론을 하는 주도적 학습형태로 바뀌고 있다. 교육부는 미래전망과 한국 교육 현실을 토대로 다섯 가지 교육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연화, 자율화, 개별화, 전문화, 인간화이다. 미래교육의 청사진으로 보면 우리의 미래가 환하게 열리는 기분이다.

질문에는 맞고 틀리고가 없다. 어떤 질문도 타당하다. 또 어떤 질문도 수용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릴리와 같은 꼬마철학자를 만나거든 친절하고 진지하게 답 해주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주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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