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 <똥벼락>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 <똥벼락>
  • 승인 2017.05.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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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황사에 미세먼지, 노란 송홧가루와 부유물처럼 떠돌아다니는 하얀 씨앗들까지, 창문 열기가 무서운 봄이다. 그럼에도 연달아 피는 꽃과 푸른 나무의 손짓이 사람들을 가까운 공원으로 들로 산으로 불러내고 있다.

사람들을 불러내는 건 꽃들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로 휴일이면 공원마다 북적댄다. 얼마 전 밤, 집 가까이서 인문학 행사가 열려 밤 마실 나가듯 가게 되었다. 이름하여 ‘인문학 버스킹’. 밴드의 공연과 함께 유명인이 된 변호사와 전직 형사가 나와 ‘정의의 실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희망!’이란 주제로 강의를 해주었다.

자신처럼 억울한 약자를 위해서 일 해야겠다! 생각하고 걷게 된 변호사의 길,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족보다 범인 검거에 목숨을 걸었던 형사.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그들이 감수해야 했던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을 들으면서 세상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꽃이 피고 열매가 열고 푸르게 유지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되었다. 세상은 정의로운가? 정의로운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래동화처럼 나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 게 그 즉시 보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전래동화 즉 옛이야기 속 주인공은 모두 가난하고 약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뒤처지고 형편이 몹시 어렵고 잘 속고 잘 빼앗기고 한마디로 바보들이다. 이와 반대로 주인공을 고난에 빠뜨리는 악한 존재가 있으니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약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다.

하지만 통쾌하게도 옛이야기 속에서 이들은 반드시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자신들이 바로 가진 것 없는 힘없는 약자이기때문이기도 하다.

김회경 작가가 글을 쓰고 조혜란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똥벼락>도 그런 이야기다. 돌쇠 아버지는 김부자에게 30년 머슴살이하고 겨우 받은 게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자갈밭이다. 부자의 욕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처음부터 좋은 땅이 어디 있겠냐고 받아들이는 착하디 착한 주인공 돌쇠 아버지. 손에 피가 나도록 자갈을 골라내고 똥거름을 만들려고 온 식구가 덤벼들어 자나 깨나 똥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산도깨비를 만나게 되고 산도깨비는 그의 부지런함과 정성에 탄복하여 김부자의 똥을 똥구름을 만들어 옮겨준다. 돌쇠네는 많은 거름을 만들게 되고 마침내 땅이 기름져 주렁주렁 곡식이 열리게 된다.

잠시 기쁨에 젖지만 밭에서 우연히 김부자의 금반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돌쇠아버지가 금반지를 가져다주자 김부자는 고맙기는 커녕 ‘가져간 똥을 내놓든지, 똥을 먹고 자란 곡식을 내놓든지’하라며 흠씬 두들겨 패기까지 한다. 억울한 돌쇠아버지는 도깨비를 찾아가게 되고 도깨비는 김부자에게 세상의 모든 똥을 빚 갚음으로 준다는 이야기다.

옛이야기는 민중들이 지어낸 이야기다. 현실에서 힘이 없던 그들은 이야기 속에서 두려움을 잊고 용기를 얻고 악의 징벌을 통해 억울하고 답답한 세상을 극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읽혀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고민하기도 한다. 냉혹한 현실에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란 점이다. 도깨비도 악을 징벌해 줄 하늘도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들은 오직 현실의 법과 권력의 관계만을 믿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옛이야기는 현실도피가 아니다. 우리가 상상의 공간을 가지지 못한다면 늘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이야기라는 상상공간이 없다면 어디서 용기를 얻을 것이며 어떤 비유로 아이들에게 세상의 정의와 가치를 가르칠 것인가. 옛이야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용기와 지혜,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두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도 세상의 주인이란 걸 가르쳐 준다.

쓰나미처럼 온 나라를 강타했던 최순실의 사건만 보더라도 현실에서 죄 짓고는 살수가 없다. 반드시 죄 값을 달게 받는다. 아니, 지은만큼 달게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우리는 옛이야기속 가르침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고 있다. “정의를 위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해야 할까?” 갑작스런 질문에 아이들이 조용하다. 그리고 한 녀석이 가볍게 툭 이야기한다. “각자 자기 맡은 일 열심히 하면 돼요!”라고. 참 우문에 현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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