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
“Me Too”
  • 승인 2018.02.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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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대
구경북본부 공동대
개헌정국이 수상하다. 30년 지난 낡은 헌법에 새 옷을 입히는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이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과정에서 너덜한 노리개가 되어가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시대정신으로서 분권과 협치는 한낮 수사일 뿐인지.

개헌에 관한 동상이몽은 급기야 제1야당 원내대표가 “권력구조 개편이 아닌 지방분권 개헌을 들고 나오는 것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동문서답이 아닐 수 없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전날 대통령이 시·도지사 간담회를 겸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을 주재한 자리에서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포함하는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데 대한 응답이다. 대통령이 헌법 개정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보다 지방분권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국가 체제를 바꿀 개헌을 지방분권으로 덮으려는 대통령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냐는 힐난도 이어졌다.

“Me Too”, 나도 그렇다!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하는 갑질 중의 갑질이 성폭력이다. 문제는 ‘윤리’가 아니라 ‘권력’이다.

성추행 의혹을 받은 연출가 이윤택은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욕망이 그 자체로 더러운게 아니라 그가 내세울 수 있었던 ‘힘’이 더러웠다. 약자를 먹잇감 삼아 욕망을 충족시키려 했던 그의 ‘권력’이 더러운 것이다. 우리는 그 더러운 권력을 못 본 체 하거나 따라하려고 준비했던 방관자 들이다.

문제는 성(性)이 아니라 권력이다. ‘#미투’로 상징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 및 성폭력 고발운동’은 것은 남성들의 성윤리가 아니라 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을 문제삼는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남성들과 선후배로서, 동료로서 신의에 기초해 우애있게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 미투 운동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데이트도, 가정도, 직장도, 국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나 결혼도 안하고 출산율도 낮은데 너무 남자를 몰고 가면..이라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으로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2017년 10월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이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글을 쓴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투 캠페인을 제안한지 24시간 만에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8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경험담을 폭로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그간 쉬쉬해 온 직장 내 성폭력을 폭로하는 일이 이어졌다. 맨 처음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사실을 8년 만에 폭로한 것이다.

이후 “나도 그렇다”는 고백 과정에서 여성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벌해야 할 여성 상사가 도리어 성범죄 자체를 무마했으며, 다수는 알고도 모른척하는 방관자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서로가 부끄럽다.

‘너 하나 희생하면 다 편해지는데’ 라며 괴물에게 여성을 바치는 일을 돕거나 눈 감는 결과는 더 확산되고 일상화되는 성범죄 아니었을까?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서 일어났던 권력형 성범죄는 지금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진실이고 현실이다.

서울대 교수의 조교 성희롱 사건 판결 이후 직장마다 “이러면 3천만원이야” 식의 농담이 만연하더니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이 정도냐는 실망도 있지만, ‘Me Too’운동은 그동안 이루어진 교육과 담론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진저리치며 견뎠으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세상 물려주면 안된다는 어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말이다.

지금, ‘Me Too’운동이 확산되는 이 지점에서 일상의 민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자.

먼저 공감하는 일이다. 어렵지 않다. 나의 경험, 내 주변의 경험을 조금만 둘러봐도 권력형 성폭력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눈 앞에 놓인 작은 이익을 잃게 되면 살길이 막막해서, 좋아하는 일을 잃게 될까봐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설사 그들이 말하되 사회에 들리지 않았다. 권력에 의한 성폭력은 개인 간의 성문제로 옷갈아입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속지 말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래서 어쩌자고? 남자·여자 서로 말 붙이지 말고, 따로 일하고, 회식하면 되겠네. 아니다. 지난 잘못은 반성하고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자. 성폭력은 범죄이므로 약자에게 함부로 하지 말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는 반드시 처벌이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강하게 드러내자. 혼자서 안되면 모여서 소리치자. 죄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보상, 그리고 재발 방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약자에게 자행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에 남성들도 참여하길 바란다.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만 아닐 것이다. 남성도 ‘나도 그렇다’고 외칠 수 있다.

권력은 여성에게만 아니라 약한 위치에 있는 남성에게도 마수를 뻗쳤을 것이다. 오늘의 방관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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