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드루킹과 참여연대
[윤덕우 칼럼] 드루킹과 참여연대
  • 승인 2018.04.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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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종이로 불을 감싸지는 못한다. 청와대가 아무리 감싸고 덮어주려고 해도 한계는 있다.

고공지지율을 보이며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문재인 정권에 한꺼번에 대형악재가 터졌다.

드루킹과 참여연대. 이 두 단어가 대한민국 정국을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마치 미꾸라지 통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하다. 야권에서는 특검을 요구하며 연일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두 단어의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더불어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김경수 의원은 민주당원이었던 필명 드루킹(김동원씨)의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의 ‘배후’의혹에 휩싸였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및 후원금 논란으로 불과 2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같은 참여연대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의 비호도 자리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참여연대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그들은 늘 사회부조리를 질타하고 도덕성을 강조해왔다. 그렇기에 국민의 눈초리가 너무나 따가웠다. 김원장의 낙마는 어쩌면 자충수이자 자업자득이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역임한 그는 민주당 비례대표로 제19대 국회의원이 됐다. 참여연대 출신답게 그는 피감기관에는 무서운 저승사자였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국정감사현장으로 잠시 가보자.

“매년 1억씩 들여 가지고 해외연수라고 하면서 사실상은 그냥 해외 관광여행을 40명씩 보내고 있어요. 국민세금으로 이럴 수 있습니까? 코스가 거의 스위스, 프랑스, 이태리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만 가고 있습니다.” (2014년10월8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감에서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에게)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 감독 체계 전체가 무너지는 거지요. 물러나실 생각 없으세요? 참 부끄러움을 모르시네.”(2014년10월15일, 금융위원회 국감).

이처럼 국감장에서 추상같았던 그가 비슷한 케이스로 금융검찰 수장 자리에서 최단기간에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글귀가 새겨진 액자를 각 비서관실에 선물했다고 한다. 공직자가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그리고 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해야한다는 취지에서다. 국회의원 시절 김 전 원장은 그 반대였던 것같다. 추상춘풍(秋霜春風)이었다. 세상일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기식 문제가 조용해지자 새로 불거진 것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드루킹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이다. 어딜 가나 댓글조작 이야기다. 이제는 댓글도 믿을 수 없고, 여론조사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시대’가 되고 있다. 사실 이 일도 참으로 어이없이 불거진 사건이다. 더불어 민주당에서 수사를 의뢰해서 터진 사건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자충수가 될 줄을. 지난 1월 민주당이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을 인지,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결과 피의자들은 놀랍게도 민주당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선 전부터 김경수 의원과 텔레그램과 시그널로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과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야당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드루킹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의 중요성은 지난 대선의 정당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는 자신이 댓글조작의 최대 피해자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김경수 의원의 역할에 주목하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물고 늘어졌다. 김의원은 문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선거기획전문가다. 김의원은 대선 때마다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제16대 대통령 선거 때는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 부국장이었다.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 특별보좌관 겸 수행팀장,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대선 SNS공동본부장을 역임했다.

드루킹의 필명을 쓰는 김씨는 체포되기 8일 전인 3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무 생각없는 놈들아 니들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 진짜 까줄까? 진실을 알게되면 멘붕할 것들이 어디서 나를 음해하고 날뛰어? 안그래도 입이 근질근질해서 죽겠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어디 구뎅이라도 파고 소리라도 질러야겠다. 너무 조급해하지마라 나도 생각이 있으니 언젠간 깨끗한 얼굴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했던 넘들이 뉴스메인 장식하면서 니들을 멘붕하게 해줄날이 ‘곧’ 올거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씨의 글을 보면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다.

‘진실의 입’이 있으면 좋으련만. 몸이 바르면 그림자가 기울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는 재주는 있어도 파도를 일으킬 수는 없다. 특검을 통해서 진실이 가려지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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