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제보사실을 당사자에 알려준 정부기관
비리 제보사실을 당사자에 알려준 정부기관
  • 승인 2018.05.0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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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블로어’는 부정행위에 눈감지 않고 용감하게 호루라기를 불어 경고하는 내부고발자를 가리킨다. 이들의 두려움 없는 행동으로 부조리가 사라지고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의 전제조건인 만큼 선진국에선 이들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서 내부고발한 직원명단을 비리혐의자에게 알려 준 사실이 드러났다. 내부고발자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교육부의 경우 사학비리 척결을 내걸고 전담기구까지 만들어 수많은 비리를 제보 받아 놓고 고위간부가 사학비리를 제보한 내부고발자 정보와 구체적인 제보내용을 해당 대학에 고의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대 회계 부정 등의 비리로 총장이 해임된 모 대학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나 내부 제보자 등에 관한 정보를 넘겼다는 것이다. 틈만 나면 ‘사학비리 척결’을 외치던 교육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입으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말하면서도 기본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기업의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를 고발한 직원명단을 회사 측에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인 이 기업은 2016년 직원 한 명이 목숨을 끊고, 2017년에는 다른 직원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과로사 시비에 휩싸이면서 직원들이 연장근무 규정위반을 이유로 고용부에 고발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용부측이 회사에 특급기밀을 넘겨 준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정부기관이 과로사문제를 제기한 제보자를 해당회사에 알렸다는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내부고발자는 기업체나 정부기관 구성원이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갑질·부정부패 등을 폭로하는 사람이다. 1990년 사회를 벌컥 뒤집었던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직 내 갑질이나 부정부패, 비리가 내부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1%가량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보사실이 유출돼 고발자가 ‘부적응자’나 ‘배신자’로 낙인찍히거나 따돌림으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때문이다.

국정농단의 상처를 딛고 출발한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점차 투명해지면서 부정부패도 은밀·지능화돼 간다. 내부고발자의 힘찬 ‘호루라기 불기’가 필요한 이유다. 제보자가 부정·부조리에 저항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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