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승인 2018.05.0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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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지난 4월 27일, 필자는 오전에 부산에서 강의가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어서 서둘러 준비하여 강의 시작 시간보다 1시간가량 일찍 강의 장소에 도착을 했다. 무엇보다 빨리 도착해서 생방송으로 역사적 만남을 보고 싶었던 이유에서였다. 9시 29분 드디어 꽁꽁 얼었던 세월의 강을 건너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났다. 그 장면을 보며 감동이 밀려왔다.

참 오랜만이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지난 4월27일 남한과 북한의 두 정상이 만남은 많은 의미가 있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이며,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가간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남의 장소도 남북이 갈라진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땅에서 만남을 가졌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우리 대한민국의 땅으로 넘어온 것은 최초의 일이다. 그 만남 속에서 많은 대화들이 오갔고, 현재도 많은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비핵화, 종전에 대한 약속이 얼었던 남과 북의 관계를 녹여주었다.

아무리 원수 같은 사람도 서로 만나면 어떤 이야기든지 주고받게 되고 조금의 실마리가 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만나야 한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내 생각은 이렇고, 너의 생각은 이렇구나 서로 알아야 한다. 남을 통해서 전해 듣는 목소리가 아니라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아야 한다. 너무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결과, 대한민국은 그동안 많이 아팠다.

남북전쟁 이후 휴전선을 가까이하면서 일어난 크고 작은 충돌, 바다 해상에서의 잦은 충돌로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만나야 한다. 아무리 밉고 아무리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떨어져서 상대방을 보는 것은 잠시 동안만이다.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으면 서로 오해만 더 쌓일 뿐이다. 평행한 두 선이 약간 각도가 벌어지면 처음에는 아주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거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폭이 넓어지듯이 만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불신의 크기는 커져 가기만 한다.

필자도 이런 경험이 있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평생 경상도에 살았던 필자가 대학을 전라도로 가게 되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전라도 땅을 밟아 보았다. 지금은 그게 뭐 대수냐 싶지만 그 당시 필자에게 전라도라는 땅은 두려움의 땅이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갈등이 심했다. 전라도에 살지 않아서 그들의 이야기는 알 수 없으나, 경상도에 살고 있었던 필자가 들었던 전라도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한 예로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로 여행 갔다가 경상도 차라고 전라도 깡패한테 맞았다는 이야기, 차에 기름이 다 되어 주유소에 갔는데 주유소 사장이 경상도 차량이라고 기름을 넣어주지 않았다는 둥의 이야기. 기름을 넣으려면 “김대중 선생, 만세!!”를 세 번 외쳐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우스운 이야기만 그 당시 전라도 땅을 처음 밟아보는 나는 긴장이 많이 되었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배짱도 두둑한 남자였지만 난생처음, 그것도 혼자서 무서운 소문이 있는 전라도 땅으로 간다는 것은 그 당시 필자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다. ‘만약 누가 나에게 이렇게 시비를 걸면 나는 이렇게 대처하고 싸움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때 심정이 어땠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대구에서 출발하여 전주를 향해 88 고속도로를 달리던 시외버스가 전남 남원에서 한번 정차를 했다. 두려움의 크기보다 참을 수 없는 소변의 욕구가 더 컸기에 어쩔 수 없이 남원의 버스정류장에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경상도에서 온 버스라고 해코지를 할까 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 그리고 그 후 대학생활에서도 어른들이 늘 이야기하던 그런 전라도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고 너무나 즐겁게 대학생활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전주에 가면 선배 후배들을 만난다. 참 고마운 인연들이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만남을 통해 대화를 하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할 것이고, 전하지 못한 진심이 있다면 전해야 할 것이다. 피할수록 공포감은 더 커지는 법이다. 만나자. 만나서 진심으로 서로 대화하면 어떤 일도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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