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은 왜 교만해질까
성공한 사람들은 왜 교만해질까
  • 승인 2018.04.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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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부국장)


성공한 사람일수록 교만해지기가 쉽다. 오스트리아의 과학 저널리스트 플로리안 아이그너가 쓴 신간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은 왜 교만해질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책에서는 첨단 인지과학과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천성이 그렇거나 표리가 부동한 몇몇 사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기술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100팀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한 모노폴리 게임’ 실험에서 팀마다 참가자를 부유한 쪽과 가난한 쪽으로 나눠 부유한 쪽에는 처음부터 두 배의 돈을 주고 경기 중 보너스도 두 배로 받을 수 있게 했다. 게임의 승패는 시작 전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고, 실제로 게임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이 실험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부유한 참가자들이 점점 무례해져 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고 상대 참가자를 무시하는 행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승리는 불공정한 게임룰 때문인 것이 명백하지만, 승리자들은 자신의 현명한 판단과 전략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저자 아이그너는 이 책에서 행복한 우연과 자신의 성취를 혼동하는 인간의 내밀한 인지적 편향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했다. 개인과 단체의 사회적 성공에는 노력도 작용한다. 하지만 실제론 훨씬 더 많은 우연적 요소가 작용함에도, 이를 간과한 채 온전한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흔히들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노력을 많이 하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흘렀다. 현 정부는 전임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의 기대심리 속에 탄생한 정권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러기에 현 정권은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출범 이전부터 국민들과의 소통과 도덕성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바람 역시 청렴과 도덕성, 그리고 진실성일 것이다. 하지만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태와 더불어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드루킹 댓글 조작, 성 추문 등 새 정부 출범 후 불거진 각종 사건에 대처하는 현 정권과 여당의 태도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처하는 현 정권의 태도는 ‘내로남불’식 이기 때문이다. 피감기관 지원 외유에 대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도덕성의 기준을 평균이하면 괜찮고, 평균 이상이면 사퇴시키겠다는 비정상적인 논리까지 폈다. 청와대에서는 사상초유의 국회의원 해외출장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실시하며 나만 그랬냐는 식의 물 타기로 야당을 옥좼다. 선관위의 정치후원금 관련 위법 소지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더 버티지 못하고 김 전원장의 자진사퇴로 일단락 됐다. 하지만 선관위에서 합법으로 유권해석이 나왔을 경우에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드루킹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전 정권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권퇴진 운동까지 불사했던 여당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지난 대선은 물론 각종 사안에 대해 현 정권에 유리한 댓글을 부탁한 정황이 드러나고, 청와대에 인사 청탁까지 한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꼬리를 자르려 하고 있다. 여당은 대선불복 운운하며 야당의 특검 발의를 거부하다 경찰 수사에서 불법이 속속 드러나고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대통령과 민주당을 특검 법안 명칭에서 제외하자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선에서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어정쩡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와 여당은 출범 초부터 야당의 반대에도 각종 정책이나 인사, 그리고 개헌문제를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와의 소통, 특히 야당과는 불통이다. 현 정부에서도 협치의 정치가 실종되고 있는 것 같다. 현 정권은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다. 이런 높은 국민들의 지지를 온전히 자신들의 현명한 판단과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아닐지 염려스럽다. 현 정권 출범 후 터져 나온 각종 사건들에 연루된 여권인사들 대부분이 비상식적이거나 나만 그랬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자세도 마찬가지다. 야당과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자신들의 의도에 맞지 않으면 적폐로 규정해 몰아붙이기 일쑤다. 그들이 말하는 도덕과 진실은 대부분 타인을 향한 요구일 뿐 정작 본인들은 실천하지 않으려 한다. 정치가 생물인 것처럼 여론도 생물이다.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게을리 하는 권력은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현 정권에 바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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