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한반도 비핵화 과정
멀고도 험한 한반도 비핵화 과정
  • 승인 2018.05.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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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을 무산시킨 북한이 미국을 향해서도 볼턴식 비핵화를 압박하지 말라며 역공을 펴고 나왔다. 북한의 핵 협상 전문가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대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 핵 포기만을 강요하면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겨냥해 동시에 압박카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느낌이다.

그저께 김계관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나 리비아식 비핵화, 생화학무기 폐기 등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김계관은 볼턴에 대해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며 “볼턴 같은 자들 때문에 조·미관계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난했다. CVID 방식의 비핵화나 생화학무기 폐기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속셈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또 김계관은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대북 경제지원을 언급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이 ‘CVID 방식의 비핵화’와 그것을 전제로 한 국제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대화를 비롯해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겠다고 한 북한의 저의는 무엇인가.

김정일은 유화공세로 전환한 평창올림픽 직전만 하다라도 ‘바닷물이 마르기 전에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 후에도 ‘만들어 놓은 핵은 폐기할 수 없다’고 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과정 등에서 김정일 본인이 비핵화라는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북한이 노리는 속셈은 핵보유국임을 인정받으면서 경제지원을 받아 챙기겠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이렇게 다르다.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한반도 평화는 위장이며 신기루 평화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 무산과 김계관의 발언 등으로 볼 때 북한 비핵화의 길이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 멀고도 험한 길임을 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북 비핵화는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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