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예찬
자전거 예찬
  • 승인 2018.05.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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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
전 메트라이프생명 영남본부장
지난 주말에 자전거 동호회에서 제주도 해안 종주를 다녀왔다. 작년 가을에 이어 두 번째 제주도 종주이다.

자전거로 제주도 해안 자전거 길을 라이딩 한다는 것은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전거 라이딩을 추천하고,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면 제주도 해안 종주를 적극 추천한다.

제주도 바다는 언제나 대단하고 환상적이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제주도 해안은 단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나의 모든 근육과 세포들이 함께 보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게 되면 제주도를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보게 된다.

해안을 타고 가다보면 나의 코는 구간마다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해초를 말리는 냄새, 탱자, 귤나무의 독특한 향기, 구간마다 다른 풀과 바다냄새….

눈은 또 어떠한가, 숲을 지나는가 하면 갑자기 에메랄드빛 바다가 나오고 골목골목 삶의 흔적이 차곡히 쌓인 가옥들, 해안마다 나오는 예쁜 카페들….

자전거로만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의 잔치가 열린다.

카페에서 만난 한 젊은 사장은 죽을병을 갖고 온갖 병원을 다 다니다 죽기 전에 바다나 실컷보고 죽자고 정착한 곳이 현재 살고 있는 민박집, 그곳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고 한다. 바다를 느끼고 보고 숨 쉬는 동안 그의 건강은 몰라보게 좋아 졌고 이제는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친구가 카페 가운데 네온 불빛으로 만든 슬로건은 인상적이었다.

“마음이 시키는 일만 하기로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진리이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또 다른 자전거 라이딩 일행을 만났다. 장애인들과 그 부모들이었다. 비록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었지만 바람과 빗속을 뚫고 부모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포기 하지 않고 라이딩하고 있었다. 휴식장소에서 만난 한 장애인 소년의 인사가 감동적이다.

“즐겁게 사세요”

이렇듯 자전거를 타고 만난 것은 경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우리 자전거 동호회 OBC 멤버들은 새로운 경치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뿐 아니라 우리들 가운데 숨어있는 새로운 자신들을 발견했다.

나는 자전거가 주는 매력을 김훈작가의 자전거 여행이라는 에세이의 한 대목을 통해 전해주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 나간다. 구르는 바퀴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은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으면서 세상의 길들을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게 하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가게 한다.

발 대신에 구동축과 두 바퀴를 통해서 대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 받아 온 몸으로 땅을 느낀다.

이렇듯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과 자연과 풍경을 담는 방식이 다르다.

두 페달을 통해 종아리와 허벅지를 통해 가슴으로 전달된다. 즉, 머리에서 전달되는 감동이 아니라 발끝에서 오는 근육의 팽팽함과 긴장감으로 느껴지는 전혀 다른 감동이다.

사람의 몸은 허벅지가 가늘어 지면서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꾸어 말하면 허벅지가 꿀벅지가 되고 종아리 근육이 살아 있다면, 그 사람의 심장은 젊은 사람처럼 강하게 뛰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게 되면 다리로부터 오는 신체적 변화를 느낄 수 있다.

2박3일에 제주도 자전거 종주를 마친 선배 및 동료들의 하나같은 이야기가 ‘자전거 여행을 마친 후 허벅지가 굵어져 바지가 맞지 않는 다는 것이다’

대지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고 자연과 벗 삼아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면

“그대여 자전거를 타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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