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성묘길에서
고향 성묘길에서
  • 승인 2018.05.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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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현

높지도 아닐진대

숨 가쁜 산길을 오른다.

삼백예순날

누워 하늘만 바라보시던 울 엄니

화들짝 놀란 바람이

등을 떠민다.

스무 살 꽃비 내리던 날

뜬눈 감지 못한

한 서린 윤사월 밤

큰외삼촌 등지게에

하혈로 얼룩진 세월

진달래도 개여울도 밤을 지 새 울었단다.

이제 얼마를 더 올라야

울 엄니 못다 한 삶

저문 땅 끝이 보일까.

문득

뒤돌아보니

서울 간 아들이 따르고

돌 지난 증손녀

등을 떠민다.

오늘따라

울 엄니 계신 남안동

가을 하늘이 눈물겹다.

◇김시현 = 경북 안동 출생. 1984년 <시와시조>로 등단. 시집 <쇠달구지 노래>, <바람은 바람이게 하고> 등.

<해설> 어머니 성묫길을 다녀오는 과정을 예사롭고 절묘하게 펼치고 있다. 그곳에 화자의 애틋했던 그리움이 잠들어있기 때문이리라.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고결한 존재다. 한데 우리들은 그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 숭고한 마음을 안다. 후회가 빗줄기처럼 쏟아진다.

파란 가을 하늘이 눈물겹도록 아려오듯이….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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