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지도 아닐진대
숨 가쁜 산길을 오른다.
삼백예순날
누워 하늘만 바라보시던 울 엄니
화들짝 놀란 바람이
등을 떠민다.
스무 살 꽃비 내리던 날
뜬눈 감지 못한
한 서린 윤사월 밤
큰외삼촌 등지게에
하혈로 얼룩진 세월
진달래도 개여울도 밤을 지 새 울었단다.
이제 얼마를 더 올라야
울 엄니 못다 한 삶
저문 땅 끝이 보일까.
문득
뒤돌아보니
서울 간 아들이 따르고
돌 지난 증손녀
등을 떠민다.
오늘따라
울 엄니 계신 남안동
가을 하늘이 눈물겹다.
◇김시현 = 경북 안동 출생. 1984년 <시와시조>로 등단. 시집 <쇠달구지 노래>, <바람은 바람이게 하고> 등.
<해설> 어머니 성묫길을 다녀오는 과정을 예사롭고 절묘하게 펼치고 있다. 그곳에 화자의 애틋했던 그리움이 잠들어있기 때문이리라.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고결한 존재다. 한데 우리들은 그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 숭고한 마음을 안다. 후회가 빗줄기처럼 쏟아진다.
파란 가을 하늘이 눈물겹도록 아려오듯이….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