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송이 귀를 때린다
선거송이 귀를 때린다
  • 승인 2018.06.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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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주부)


5월 중순부터 아침출근길에 거리에서 명함을 건네주는 사람을 만난다. 명함내용을 보지 않아도 입고 있는 옷색깔과 명함색깔을 보면 어떤 당인지 알 수 있다. 무소속도 있다.

40대 젊음을 강조하는 사람, 잘 다녀오세요 친절히 인사를 건네는 사람, 누구 부인입니다라고 소개하는 사람,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명함과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길 가는 홍희를 붙잡고, 손에 명함을 건넨다. 아침부터, 주는 것을 굳이 거절하기도 그래서 받아들고 흘낏 보지만, 그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라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 지원하는 직함도 달라 누가 무슨 후보인지도 기억하기 어렵다. 그래도 아침부터 나와서 인사를 하는 성의를 봐서 명함을 바로 버리지는 않고 한 번 보기라도 한다. 그러면서도 저 사람 중 시장이 되고, 구청장이 되고, 시의원이 되면 정말 나를 위해 정책을 펼쳐줄까, 시민으로서 구민으로서 의견을 내면 귀기울여 줄까, 자기를 찍어달라고 할때만 웃고 인사하겠지하는 삐딱한 마음도 들었다.

5월 31일 목요일 아침부터는 길거리가 요란해졌다. 경대병원역 앞에서 일렬로 선 선거원들이 자기후보 푯말을 높이 들고 춤을 추고, 방송차량에선 대중가요를 개사한 노래가 쩌렁쩌렁 울렸다. 범어역에 내려 범어네거리 인도로 올라오니 넓은 네거리에 곳곳에 더 많은 선거운동원과 방송차량이 왁자지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 날 한 시에 선거원들이 모두 거리로 나온 것 같았다.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것이다.

홍희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면 재건축아파트 공사를 위해 주택을 허문 공터가 있다. 방송차량 집결지인가 보다. 파란색 차, 빨간색 차가 여러 대 모여 있다. 지금까지 선거후보자들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치밀하게 전략을 세웠겠지. 한 번도 선거에 나서본 일이 없는 홍희로서는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선거후보자들이 한 편으론 부럽다. 그들의 자신감과 능력과 재력이 말이다. 그들의 정치적인 꿈은 언제부터 형성되었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선거에 나가고,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면서 꿈을 키웠을까? 삶을 살아가다보니 시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을 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해보고 싶어진 걸까?

어떻게 키워진 꿈이건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개인의 명예나 성취감일까? 진정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처럼 이타적인 마음일까? 선거로 뽑힌 자치단체장들 중 부정으로 개인의 사욕을 채우다가 직을 박탈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모두가 이타적인 마음으로 주민을 위해서 일을 하려는 것은 아닌가 보다. 머슴으로 살겠다. 일꾼으로 일하고 싶다고 표를 호소하던 절박하던 이 순간을 잊어버린 것인가?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누가 무슨 직 후보인지도 모르겠다. 선거를 하라고 휴일로 지정되었는데 하루를 마냥 놀기만 할 수도 없고, 나의 권리를 행사하러 가야할텐데 누구를 찍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늘 그렇듯이 말이다. 홍희는 대체로 당을 보고 결정한다. 후보자가 뛰어날 수도 있지만, 선거벽보판과 홍보물에 적힌 이력만으로도 사람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당의 이념에 맞는 사람들이 당에 참여할 것이니, 당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홍희는 지금껏 노동자를 위한 당을 찍었다. 자신이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한 달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생활하는 월급쟁이다. 재테크도 할 줄 모르고, 부모님이 금수저도 아니어서 물려받은 유산도 없다. 창업을 할 배짱도 자금도 능력도 없어 한 달 벌어 쓰고, 저축해서 집 사고, 차 사고, 자녀교육에 자신들의 노후까지 대비해야 한다.

일상적인 삶을 나은 삶으로 바꿔 줄 후보자가 누군지 알아보려하는데, 선거쏭이 귀를 때린다. 당선된 이후 그 이름이 좋은 일로 귀에 들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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