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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너무 달라진 화장실

기사전송 2018-06-12, 21: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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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화장실 사용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무심히 변기에 앉아 있는 동안 기억이 나지 않던 물건의 보관 장소가 불현듯 떠오르거나 잘 풀리지 않던 숙제가 뜻하지 않게 반짝 해결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둡고 냄새나는 곳으로 멀리 떨어져있던 화장실이 가까워지게 된 데는 아파트 문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요즘 화장실이 달라도 너무 달라지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다보면 휴게소의 화장실이 변신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겉모양뿐만 아니라 내부의 모습은 더 크게 달라져, 입이 벌어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외형에 신경을 쓰느라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간과되기도 한다. 문을 여닫는 방식이나 위생용품 수거함 또는 휴지걸이의 설치 위치에 따라 화장실 사용이 곤란한 곳이 있다. 어떤 곳은 너무 넓어 낭비의 표본이 되는가하면, 짐이라도 있다면 서서 움직이기에 불편하리만큼 좁은 곳도 있어 면적의 심한 차이를 목격한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휴지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라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공원 등을 비롯한 공중화장실은 대체로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몸에 배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모든 화장실에 비치되었던 휴지통을 일제히 없애고, 사용한 휴지를 변기에 넣으라니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공중화장실용 휴지가 물에 잘 녹는 물질로 개선된 것인지, 변기의 성능이나 구조가 달라진 것인지, 수압이 월등하게 강해진 것인지 사용자들은 궁금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확실히 쓰레기의 양은 줄고, 변기 주변이 깨끗해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점, 커피숍 등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나 상가가 밀집한 빌딩의 화장실에는 여전히 ‘휴지를 절대 변기에 넣지 말라’는 당부의 글귀가 붙어있다. 변기가 막힌다는 것이며, 실제로 그런 곳이 많다. ‘우리 집 변기가 예민해 나쁜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불량에 걸려 구토를 할 수 있다’며 변기를 의인화하여 미소를 머금게 했던 곳도 기억에 남아있다.

화장실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의 방침이 그렇게 바뀐 것이라면 화장실 입구나 보기 편한 곳에 그 취지를 알리는 안내문이라도 비치해주는 것은 어떨지, 또는 국민들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공익광고라도 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 정보를 알리고 소통하는 차원에서라도, 휴지가 물에 녹는 이치를 설명해준다면 ‘사용한 휴지를 정말 변기에 넣어도 되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만약 공중화장실 설치에 그토록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관광객을 위한 안내문도 비치해야 할 것이다. 어떤 철도역의 화장실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는 곳이 있고, 친절하게 영어와 중국어 또는 일본어까지 설명이 붙은 곳도 있으니 하는 말이다.

10여 년 전, 처음 방문했던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공중화장실마다 사용료를 낸 것은 물론 휴지를 미리 준비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반면 일본에서 가장 놀랍고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화장실이었다. 도로가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이 깨끗한 정도를 넘어 우리글로 쓰인 안내문구가 곳곳에 붙어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곳도 면적이 부담스럽게 넓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만큼 인심 좋은 곳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은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화장실뿐만 아니라 물이나 음식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나 마시는 물을 자유로이 구할 수 있고, 음식점에서 반찬은 아무리 추가를 해도 별도의 계산이 필요 없으니 과식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힘든 이유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잘 해주는 것도 불만이냐고 나무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용도가 분명한 곳이 화장실이다. 머물러야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멀쩡한 화장실을 부수고 다시 설치를 할 만큼 경쟁적으로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행여나 그 예산이 국민이 낸 세금이라면, 더 어렵고 힘든 곳으로 방향을 돌리는 편이 옳을 것이다.

바라건대, 공중화장실은 목적에 맞게 표준화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너무 넓거나 좁아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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