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폐기’ 보장 없이 중단될 한미 연합훈련
‘핵 폐기’ 보장 없이 중단될 한미 연합훈련
  • 승인 2018.06.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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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세계 중요 언론과 전문가의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의 ‘최대 승자’, 트럼프 대통령은 ‘승자인 동시에 패자’, 한국은 ‘패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한은 막연한 비핵화 약속만 하고 챙길 것은 다 챙겼다는 평가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인정’과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의문의 여지없이 김정은과 그의 북한정권의 승리”라고 단언했다. WP는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요구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물론 북한 정권의 범죄행위에 대한 어떤 변화도 약속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유력지인 ‘IHS 마킷’의 앨리슨 에번스도 이번 북미 공동성명은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꼼꼼히 따져보면 외신 평가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이번 북미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과 관련해 2005년 채택한 9·19 공동성명보다도 후퇴한 내용이다. 당시 공동성명은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나아가 그때의 성명은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 포기’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검증을 위한 북한의 ‘NPT, IAEA 복귀’라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런 반면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들이 바라는 핵보유국임을 사실상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과를 올렸다. 우선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포악한 독재자를 만난 것 자체부터가 북한이 핵을 가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김정은에게 아양 떨며 온갖 찬사를 바친 것도 그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 결과이다. 이 모두가 북한에 핵이 없다면 발생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한국은 CVID 중 겨우 C 하나만 약속받고 줄 것만 주는 결과이다. 한국은 북한에게 경제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보유국 현실에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따귀’까지 얻어맞았다. 더욱이 미국은 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한국과 상의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동맹국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 우리는 북한 핵을 머리 위에 얹고 허약해진 한미동맹에 안보를 의지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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