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는 1231년(고종18년)부터 1257년까지 26년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침입을 감행, 경주에 씻지 못할 한을 남겼다.
이중 3차 때인 1235년엔 신라의 도읍지인 경주까지 침입, 신라 호국불교의 성지인 황룡사의 9층탑 등 고귀한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잿더미로 만들어 그 아픔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경주로선 천추의 한을 남긴 몽고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경주시의 각종 문화행사에 몽고의 잔재가 등장,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첨성대 일원 동부사적지에서 펼쳐진 경주시의 `야생화 꽃단지 체험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술렁거렸다.
이날 행사장엔 신라천년의 도읍(경주)을 침략한 몽고군을 상징하는 삼각 깃발이 나부끼는 군막(몽골텐트)이 보란 듯이 자리 잡았다.
몽골텐트 안에서는 `신라왕과 왕비복’의 체험행사도 열렸다. 이런 한심한 광경을 하늘에서 지켜본 신라 선조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주말인 지난달 29일 밤, 몽고군의 약탈 현장인 안압지 상설공연장 양 옆에도 붉은 삼각 깃발이 꽂인 몽골텐트가 등장했다.
그 속에서 국악이 연주된 장면은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천년왕조를 계승, 역사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경주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이다.
당시 몽고군들이 국찰이었던 황룡사와 연궁인 안압지를 불 지르고 군기(삼각 깃발)가 휘날리는 군막 속에서 약탈한 재물로 배를 채우며 `캠프파이어’를 즐겼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민정부가 일제 36년 동안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명산의 봉우리에 꽂았던 철심(쇠말뚝)을 제거하고, 옛 조선총독부(중앙청 청사)마저 폭파, 민족정기를 복원하고자 한 깊은 뜻은 바로 ’역사 바로세우기`에 있었다는 것을 경주시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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