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 부른 경찰의 무모한 자신감
<기자수첩> 화 부른 경찰의 무모한 자신감
  • 승인 2010.06.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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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 용의자 K씨가 사건 발생 42시간 만인 지난 24일 경찰에 검거됐다.

K씨는 검거됐지만 이번 납치·살해 사건을 지켜본 시민들은 대구경찰의 허술한 수사방식에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불안해 하고 있다.

이번 납치·살해 사건이 발생하기 7일전에도 K씨는 20대 여성 폭행 및 차량 납치 미수를 한 적이 있었지만 경찰이 단순 폭력사건으로 처리하는 등 ‘싹’을 자르지 못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여론도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경찰의 무모한(?) 자기 과신.

경찰은 피해자 어머니의 반대에도 경찰을 배치해 빠져나갈 곳이 없다며 예금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경찰의 성급한 출금정지가 피해자를 숨지게 한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경찰은 사건 발생 18시간 22분만에 달서구 호림동 지역난방공사 인근에서 K씨를 발견하고도 눈 앞에서 놓치는 허술함을 보였다.

경찰은 용의자 K씨의 차량에 접근하는 순간 급가속으로 유턴해 도주하는 바람에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경찰의 말대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교차로 등에 경찰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면 달아나는 용의자 차량을 그렇게 쉽게 놓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차량 정체로 용의자 차량을 놓쳤다고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용의자 K씨의 차량 종류와 번호까지 알고도 톨게이트 검문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해명한단 말인가.

차는 놓칠 수 있지만 차보다 빠른 것이 경찰 무전이다. 경찰이 차를 놓친 그 순간 범인은 경찰의 포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화원 IC를 빠져나가 88고속도로를 이용해 거창 IC까지 검문검색 한번 받지 않고 나갔다. 그리고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이런 모든 정황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인질 사건에 있어서 실수는 곧바로 피해자의 생명의 위험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대처는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용의자는 잡혔고 피해자는 싸늘하게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금 필요한 건 변명이 아니라 경찰의 자성이다. 경찰의 자성만이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의 죽음을 달래는 동시에 대구시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 번 무너진 공권력에 대한 신뢰의 회복은 변명으로 되는 게 아니다. 대구경찰의 뼈아픈 자기 성찰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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