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하는 경찰 욕 할 시간없다
<기자수첩> 일하는 경찰 욕 할 시간없다
  • 승인 2012.01.1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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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택 대구지방경찰청장이 부임한지 두 달이 다 돼 간다. 경남청에서 조폭과의 전쟁을 펼쳐 한 해 동안 500여 명 넘게 잡아들인 경력이 있는 김 청장은 대구에 오자마자 서민을 갈취하는 조폭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은방, 동네 슈퍼마켓 등의 절도 사건을 막기 위해 재활용PC를 구해 작은 규모의 가게에도 CCTV 설치를 하도록 일선 경찰관들을 독려했다.

부임하자마자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욕을 바로 실천에 옮기면서 일선 지구대를 중심으로 김 청장에 대한 불만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우선 재활용 PC를 활용한 CCTV구축의 경우 시행 명령 당일부터 일선 경찰들이 “시대가 어느 땐데 아는 업체나 사람한테 PC 스폰서를 받아야 한단 말이냐”라는 소리가 바로 터져 나왔다.

당초 지시는 학교나 관공서 등에서 폐기 직전인 PC를 찬조받아 절도예방을 위해 혹은 범인 검거를 위해 쓰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공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나온 것이다.

한 술 더 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 청장이 ‘대구 경찰관 전체의 모자를 바꾸라고 했다. 대구청만 바꿀 수도 없는 걸 바꾸게 한다는 건 업체와 유착 때문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이 정도면 불만이 아니라 음해 수준이었다. 확인 결과 내구성이나 보온성 등을 이유로 전국 경찰의 모자가 올 1월부터 바뀌는 것에 대구청도 동참한 것이었다.

일선 경찰의 이런 행태는 ‘왜 괜히 일을 만들어서 귀찮게 하느냐’는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시간만 가면 봉급이 나오는데 왜 긁어 부스럼이냐는 거다.

월급쟁이들은 누구나 모두 같은 월급을 받고 많은 일을 하기 싫어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봉급을 받는 경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경찰은 봉급에다가 국민을 위한 봉사로 생기는 보람을 보너스로 챙기는 조직의 특수성이 일반 월급쟁이들하고는 크게 다르다.

봉급 받는 만큼만 일한다면 김 청장도 주어진 결재만 하고 지역에 큰 사건만 생기지 않으면 편하게 이임할 수 있을 것이다. 괜히 일을 만들어 아랫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근데 김 청장은 오자마자 ‘욕’먹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자신이 욕을 먹어야 대구시민들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자, 이쯤에서 불평불만만 하는 일선 경찰들에게 묻고 싶다. 김 청장과 같은 ‘욕’먹는 봉급쟁이가 될 생각은 없는지 아니면 최소한 한번 알아보기나 하고 ‘욕’을 하면 안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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