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국제공항의 전제조건들
‘영남권’ 국제공항의 전제조건들
  • 승인 2014.09.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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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
지난 8월 말 영남권 신공항 수요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이 지역의 최대 공항인 김해공항 사용자수가 2013년 967만명에서 2020년 1487만명, 2030년 2162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며, 이로 인해 10년이 채 되지 않아 공항 활주로의 혼잡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영남지역 전체 ‘국제선 수요’도 2015년 1336만명, 2025년 205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요 예측은 김해공항 포화시기를 2011년 추정한 것보다 4년이나 앞당기는 것이다. 영남권의 국제선 수요 추정은 이 지역에 새로운 국제공항이 필요함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된다. 이로 인해 이 지역 지자체들은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또 다시 경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대구 시내 곳곳에는 “남부권에도 진짜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필요합니다” 등 다양한 구호를 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실 영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되었고,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면서 본격화되었다. 2008년 국토연구원은 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2009년 4월 결과를 발표했다. 공항 후보지는 5곳으로 압축되었고, 특히 밀양과 가덕도가 유력했다. 그러나 2009년 12월 2차 발표에서 사업 추진 여부의 결정적 지표인 비용편익(B/C)분석은 밀양과 가덕도가 모두 부적절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신공항 계획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권역 내 지자체들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부산은 가덕도 해상공항을, 대구·경북·경남은 밀양 하남읍 평야지역을 최적 후보지로 내세웠다. 지자체들은 국제공항이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직결된 사안으로 간주하고 공항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이 경쟁에는 해당 지자체의 정치가나 공무원들뿐 아니라 관련 연구자들과 시민단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정부는 이처럼 지역 갈등만 키운 채 2011년 3월 영남권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문제, 사업비 과다, 경제성 미흡 등으로 현 시점에서 사업 추진 여건이 적합치 않다”는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김해공항의 확장이 대안으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유치 경쟁에 따른 지역 갈등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무산되었던 영남권 국제공항이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화두로 등장했다. 이 사업은 첨예한 지역 갈등으로 인해 현 정부에서 국책과제로 설정되지도 못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부산시장 선거에서 불리하다고 여긴 여당 후보가 이 공약을 다시 내걸면서, 야당이나 다른 지역 후보들도 이를 내세웠다. 이러한 선거의 후유증이 영남권 공항 수요 예측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유치 경쟁의 불꽃을 붙인 것이다.

영남권 국제공항이 제대로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10년 내 포화상태에 이를 김해공항과 영남권 다른 공항들의 수요를 감안하면, 이 지역에 새로운 국제공항의 필요성은 인정된 셈이다. 공사 기간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사업계획이 실행돼야 할 때다. 인천국제공항이 1989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1992년 공사를 시작한 후 1단계 공사가 완료돼 2001년 3월 개항하기까지 만 10년이 결렸다.

그러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계획이 무조건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첨예한 갈등으로 한번 무산된 계획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신중한 시행이 전제된다. 우선 중앙정부는 이 지역 국제공항 수요의 공간적 범위를 분명히 설정하고, 규모와 운영 방식의 큰 틀을 제시해야 한다. 공항의 이름이 지자체에 따라 ‘영남권’, ‘동남권’, ‘남부권’ 등 다르게 불리는 것은 중앙정부가 그 범위를 정확히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영남권 내 지자체들이 경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협력 의지를 가지고 대광역권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제공항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특정 지역 내 한정할 것이 아니라 영남권 전체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제공항의 교통 허브기능 외에 많은 중추기능들, 예로 기업 본사, 금융기관, 연구개발 기능 등을 공동으로 유치·활용하면서, 이를 위해 도시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제조건 하에서 입지가 결정된다면, 건설과정에서도 여러 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토목 중심의 공항 건설이 지역 부동산 경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항 입지 지역의 주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생계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규모 공항 건설이 마구잡이식 환경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진정한 생태적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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