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새로운 난장, 축제와 박람회
도시의 새로운 난장, 축제와 박람회
  • 승인 2014.10.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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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
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
도시 곳곳에서 축제 또는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각종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하더라도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중반에 접어들어 열기를 더하면서,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한국 창작 오페라, ‘보석과 여인’이 동시에 공연되어 골라 보는 재미를 가지도록 했다. 또한 대덕문화전당에서는 지역의 전통사찰인 부인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데자뷰’가 공연되었다.

대구 엑스코에서는 레저산업 활성화와 대중화를 목적으로 골프·캠핑박람회가 열렸고, 대구경북 창조경제 대축전이 개최되어 선발된 중소기업체 시상과 창조경제 특강이 마련되었다. 엑스코에서는 10월에 들어와서만도 공예문화박람회, 경향하우징페어, 대구패션페어, 대구국제커피·카페박람회 등이 열렸고, 앞으로 물산업전, 행정산업정보박람회, 지방자치박람회 등이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대구와 인접한 칠곡군에서는 17일부터 열흘간 군내 여러 마을에서 ‘칠곡인문학마을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13개 마을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들 가운데, 예로 왜관읍 금남2리의 ‘강바람 축제’는 시낭송, 서각 전시, 단심줄 놀이 등을 통해 마을을 알리고 있다. 이 축제는 ‘주민 주도’의 기치를 내세워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다양한 인문학적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크고 작은 축제나 박람회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행사 주제와 방식을 다양화하면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증대시키고 있다. 지난 9월말 대구자연과학고에서 열렸던 도시농업박람회에는 3일간 19만여명이 다녀갔고, 10월 10~12일 열렸던 ‘감고을 상주이야기 축제’에는 14만여명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참여 주민들은 흥미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즉석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체험해보기도 한다.

이러한 행사들은 외국의 도시 축제나 박람회를 벤치마킹하여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단오절과 같은 전통 축제들이 있었다. 오늘날 도시 축제나 박람회는 전통 축제에 과거의 장을 합친 것과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8세기 이후 농업생산의 증대와 더불어 수공업이 발달하면서, 농기구나 농산물을 사고파는 정기시장이 5일 간격으로 열리게 되었다. 장이 서는 날에는 인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5일장 외에 ‘난장’이라는 부정기 장도 열렸다. 난장(-場)은 장이 문을 닫았는데도 새로 ‘난’ 장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난장은 특정 시점에 생산물이 한꺼번에 출하될 경우, 유통과 소비를 촉진할 목적으로 열렸다. 거래 물량이 많고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사기나 행패가 종종 일어났다. 이로 인해 난장(亂場)으로 오해되거나 혼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난장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소통하고,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오늘날 도시의 축제나 박람회도 분명 이러한 난장의 성격을 가진다. 도시에는 재래시장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축제나 박람회가 열리는 것은 특정 주제별 홍보물이나 상품을 전시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할 별도의 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행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최근 축제나 박람회라는 이름을 가진 행사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실 관련 기업들이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 또한 어떤 행사들은 주최하는 지자체나 관련 기관들이 자신의 업적을 알리거나 특정 행사를 위해 시민을 끌어 모우기 위한 수단으로 개최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축제의 실제 주체인 시민들은 간과되고 참여가 배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축제나 박람회들 가운데 일부는 실속 없이 전시를 위한 전시로 끝나기도 한다. 어떤 축제들은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개최되기도 하고, 마련된 체험프로그램들은 참여를 원하는 관람자들을 모두 받아들이기에 턱없이 부족할 경우도 있다. 행사의 실무담당자들은 왜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가를 잘 알지 못 한 채 오히려 평상시 업무 외에 추가된 행사 업무를 힘겨워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문화서비스경제에 바탕을 둔 탈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도시의 축제와 박람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각종 축제나 박람회는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복원하고 장소 이미지를 제고시킴으로써 도시나 지역의 발전을 추동하는 주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들은 단지 기업의 마케팅이나 지자체의 이미지 홍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도시 공동체의 소통과 공감, 주민들의 정서와 유희성을 고무시키는 문화적 발전의 장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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