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원전의 재가동, 다가오는 위험
노후 원전의 재가동, 다가오는 위험
  • 승인 2015.03.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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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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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이 강행 처리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3년 전 설계수명 30년이 다해 멈춰 있던 원전을 재가동하여 2022년까지 다시 발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전 전문가들조차 안전성의 문제를 제기했고, 더군다나 폐쇄해도 전력난에 별 문제가 없는 데도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이다.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평가에 근거했다고 하지만, 월성 1호기는 이를 수출한 캐나다는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점검(스트레스 테스트)을 통한 안전성 쟁점사항도 해결되지 않았고,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의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서 주민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노후 원전의 재가동은 2007년 설계수명이 끝난 고리 1호기의 10년 운전 연장에 이어 두 번째다.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재가동은 그만큼 원전의 위험이 우리의 현실 가까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원전 사고는 발생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천재지변이나 어이없는 인재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발생했던 대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원전 폭발 사고는 원전의 위험이 가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고가 발생한지 4년이 지났지만, TV를 통해 확인되는 피해 현장은 아직도 참혹하다. 폐허가 된 집터, 버려진 자동차와 쓰레기들, 육지로 밀려 올라온 어선 등,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로 황폐하게 남아 있다.

오염지역이 워낙 넓다보니, 지표면의 오염제거 작업은 지금껏 겨우 10% 남짓 진행되었다고 한다. 피해 지역 가운데 일부만 낮 시간 출입이 허용될 뿐, 대부분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사고 수습과정은 아물지 않는 상처를 더 곪게 할 뿐이다. 어린이 암환자가 급증하고, 피난한 주민들 가운데 단지 10% 정도만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만큼 재난의 상처가 넓고 심각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나라들은 탈원전을 선언하고,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면서 신규 원전의 건설은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이미 원전 폐지를 위한 법제화를 추진했으며, 현재의 메르켈 정부도 기존의 원전 폐지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도 탈원전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에 인접한 우리나라 국민들도 이 사고로 인해 원전의 위험을 실감하였고, 특히 원전 지역 주민들은 경각심을 고조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고로부터 실질적인 교훈을 얻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사고에 대비하여 관련 법(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을 개정하고,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기존의 10km에서 30km로 확대하기로 했다. 월성 1호기 주변 30km 안에는 130여만 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에 걸맞는 방재대책은 이루어지지 않고, 부족한 예산조차 유용되고 있다.

예로, 원전 사고와 같이 특수재난에 대비한 예방사업에 지출하도록 해당 자치단체는 ‘지역자원시설세’, 흔히 원전세라는 지방세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원전 지역 지자체들은 매년 100억원 안팎의 원전세를 지원받고도, 이를 원전 사고 예방사업에 지출한 경우는 거의 없다. 원전 지역인 전남 영광군이나 경북 울진군은 지난 5년 동안 안전 분야에 한 푼도 쓰지 않은 채, 심지어 골프장 건설에는 몇 억씩 사용했다. 경주시는 지난 5년간 원전세로 329억원을 거두었지만, 이 가운데 2.1%만 안전 분야에 사용했다. 나머지 돈은 거의 대부분 단체장의 선심성 사업에 들어간 것이다.

안전대책이 이처럼 극히 미흡한 상황에서 원전 재가동에 따른 조그만 사고는 큰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는 흔히 단순한 실수로 간과된다. 예로 2009년 경주 월성원전에서 발생했던 폐연료봉 추락사고가 5년이 지난 작년 11월에서야 알려졌다. 누가 지시했는지 모르지만 작업자는 굉장한 고열과 고방사능 환경에 직접 들어가서 문제를 수습했다고 한다. 사용핵원료의 이탈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매우 위험한 사고였지만, 은폐된 채 지나갈 뻔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낮을지 모르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희생과 피해가 따른다. 따라서 설계수명이 다된 원전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다면, 설계수명을 명시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또 가동 중인 원전의 사고나 위험에 대한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원전 지역 안전대책 관련 예산은 당연히 독립된 부서에서 방재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원전의 위험에 대해 진심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나가야 한다.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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