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杞憂)라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염려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014년 5월 대구 남구 대명 2·3·5동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도시재생 선도사업’(일명 ‘대명행복문화마을 조성사업’)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대구 남구청은 지난 2월, 지역 전문가와 주민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설명회 및 자문회의를 개최하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일대에 연극 관련 종사자들이 많아서인지 연극 분야에 좀 치우친 느낌이 든다. 어느 한쪽 장르를 특성화하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다양한 장르와 소통이 있어야 일방으로 가지 않는다. 참여하는 예술가도 자본에 얽매이지 말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줬으면 한다. 싸움과 갈등으로 실패한 경우를 수없이 봐왔기에 걱정부터 앞선다.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지자체는 혈세로 가꾼 문화적 혜택이, 국민에게 고루 번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감시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런 사업일수록 행정기관이 앞장서 주도할 게 아니라, 이른 바 놀 수 있는 ‘판’만 깔아주고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술가와 주민이 주축이 되어 문화를 일궈야 지속가능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김광석거리도 처음에는 예술가와 주민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유동인구의 급증으로 행정기관은 공적과 치적 쌓기에 여념이 없었고, 일부 주민은 주민대로 ‘한 몫’ 잡으려는 각자의 수만 생각했다. 당연히 그 중간에 서있는 예술가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말았다. 김광석거리의 생명력은 예술가와 공존하는 문화였는데 말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촬영장소로 알리게 되었으니, 일반 관광지화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간 상주 작가들의 노력은 산산이 부서져 허공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필자는 관광경영학과를 나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시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평소 이런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해왔던 터라, 문제가 불거지기 전 이런저런 경로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 바 있다.
첫째, 외부 상권의 일정한 제한이다. 상권이 들어올 경우 반드시 기존 문화와 공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배려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예술가는 쫓겨나지 않으면서 동시에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 물리적 지원이다. 심사를 통해 임대료의 일부를 행정기관이 보전해주고 그 나머지는 예술가가 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은 굳이 외부상권에 건물을 내주지 않고서도 예술가와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예술가가 자발적으로 상주하는 지역(거리) 문화침체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예술가가 빠져나간 자리엔 대개 상권이 들어오기 마련이고, 먹자골목의 수순을 밟는다. 그리고 밤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성과 음주 그리고 노상방뇨 등등. 실제 김광석거리 주민들의 말씀이다. 집주인인 주민들은 애써 참을 수 있겠으나 일반 주민들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다. 애초의 ‘예술거리’란 명성은 유명무실해질 테고, 타락한 자본으로 신음하는 거리가 될 터. 부디 행정기관은 이 문제에 대해 수박겉핥기식 공부만 하지 말고, 심각히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도 임병헌 현 남구청장은 문화예술 정책에 조예가 깊고, 구정활동에 대해서도 수년 째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절대 지자체 위주의 운영은 피하고 지원과 도움으로 그 역할을 축소해주시길 청한다. ‘대명행복문화마을 조성사업’은 국비 60억 포함 총 1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또한 필자도 세금을 냈으니 매의 눈으로 감시하겠다.
어두운 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런 문제인식을 간과한다면 지금은 지워지고 없는 김광석길 벽화의 졸시처럼, 결국 ‘골목은/ 사내가 빠져나간 것과/ 상관없이 낡아갈 것이고 점점/ 무덤의 곡선을 닮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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