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혹시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는 아닐까?
우리아이, 혹시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는 아닐까?
  • 승인 2017.01.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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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타이거 우즈가 캘리포니아 사이프러스의 나인홀 코스에서 48타를 쳤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세 살이었다. 모차르트가 첫 교향곡을 작곡했던 나이는 여덟 살이었으며,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이 세계적인 그룹 비틀즈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그들은 열다섯과 열일곱 살의 여드름 난 소년들이었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감출 수 없었던 사람들, 그 재능을 인생 초반에 활짝 꽃피운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일명 얼리 블루머(early bloomer)라고 부른다. 꽃을 일찍 피운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이 얼리 블루머들의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 열등생 중의 열등생이어서 선생님으로부터 “이 아이에게서는 어떠한 가능성도 발견할 수 없다”는 악담을 들어야만 했던 아인슈타인이나, 늘 공부가 싫어서 도망 다녔기에 가정교사를 수없이 바꾸었다는 영국의 처칠 수상, 엉뚱한 행동 때문에 정규 학업을 포기해야만했던 에디슨 등은 어린 시절 문제아로 불렸지만 모두 세계적인 위인이 되었다. 가장 놀라운 예는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그랜드마 모지스인데 그녀는 관절염 때문에 더 이상 바느질을 할 수 없게 되자 72세에 바늘 대신 붓을 잡아서 101세로 작고할 때까지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 속을 썩이고 걱정을 안겼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늦게 발견하고 인생의 후반기에 화려하게 재능을 꽃피운 사람들, 이런 저런 일을 하며 방황하다가 나중에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라고 부른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선생님한테 매일 야단을 맞던 녀석이 고등학교에 올라가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갔다거나, 20대까지는 백수로 지내며 부모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친구가 40대가 되어 크게 성공한 CEO가 돼서 나타나는 경우는 동창회만 가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일찍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어떤 사람은 늦게 성공할까? 이게 부모가 조기교육을 시키고 안 시키고의 차이일까? 환경의 문제일까? 천만에. 그들은 그저 그렇게 태어났다. 단지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울 시기를 다르게 갖고 태어났을 뿐이다.

잠재력은 말 그대로 숨겨진 능력이므로 그 능력을 발현하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어떤 아이는 10개월에 걷고 어떤 아이는 20개월에 걷지만 왜 그런지 우리는 모른다. 더 빨리 걷는다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잠재력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오히려 늦게 성공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한국 엄마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주변 아이들보다 앞서 나가기를 바란다. 아이가 늦되는 것을, 뒤처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아이가 혹여 뒤처지는 것 같으면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더 앞서나가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늘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과연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항상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기 자신을 원망하면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과 재능을 망가트리지는 않을까?

나는 가끔 ‘아인슈타인이 21세기 한국에 태어났으면 어떻게 자랐을까?’ 상상해본다. 수업시간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고, 학습지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아이에게 학교와 부모는 함께 ‘ADHD’나 ‘문제아’라는 딱지를 붙일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인슈타인은 절대 아인슈타인이 되지 못 할 것이다.

제발 아직 미숙하고 부족한 아이를 불안하게 바라보지 말자. 봄에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가을에 피는 꽃도 있고 동백같이 하얀 눈밭에서 피어나는 꽃이 있는 것처럼 우리 아이의 재능 역시 부모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줄 때 활짝 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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