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랭피아
올랭피아
  • 승인 2017.01.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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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그녀의 시선은 당찼다. 그녀는 여성의 몸에 대한 멸시와 수치, 혹은 대상화된 신비주의를 단박에 차 버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몸으로 위선에 찬 세상을 비웃듯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마네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참조해 올랭피아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남성의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신비화된 여성의 몸을 나타내고 있지만 마네의 ‘올랭피아’는 신비화 하지 않은 현실적 여성의 몸을 가장 천대받는 여성을 통해 드러내어 당대 지배계급의 위선과 권위를 조롱했다.

마네의 ‘올랭피아’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풍자패러디로 다시 등장했다. ‘올랭피아’의 얼굴 대신 박근혜대통령의 잠자는 얼굴을 넣었다. 잠자는 대통령의 침대 옆에서 시중을 드는 하녀는 원작의 꽃다발 대신 주사기 다발을 든 최순실이다. 최순실 뒤로 침몰하는 세월호가 있다. ‘더러운 잠’이라는 이름의 이 패러디 작품은 헌정질서를 유린하며 국민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변명으로만 일관하는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애초 이 작품의 기획과 전시 배경에는 박근혜정권에서 자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회자 됐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특검을 통해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거나,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지지한 문화예술인에 대해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고 지원금을 끊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권력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탄압을 해 왔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곧, 바이! 展’이라는 제목의 이 풍자 전시회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인을 탄압하고 예술행위를 억압한 박근혜정권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 였던 것이다.

그러나 올랭피아의 나신위에 박근혜대통령의 얼굴을 올린 것으로 인해 ‘더러운 잠’은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의 수단으로 삼았다며 ‘여성혐오’ 작품으로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 또한 규탄의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표창원 의원은 공식입장을 통해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요청을 의원실로 해와 국회 사무처에 전시 공간 승인을 요청했다”면서 “사무처가 ‘정쟁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시국의 특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에서 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이나 금지를 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설득해 결국 전시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표창원이 작품을 골랐다’는 일부 여당 정치인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여성 대통령, 여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는 정당하다. 그리고 작가의 패러디가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원색적 표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예술작품으로서의 미숙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대통령이 여성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공인라는 점에서 여성대통령 박근혜를 성적 대상화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이 전시회가 예술가들에 대한 정권의 부당한 탄압으로 비롯되었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표창원의원은 예술가들이 부당하게 탄압받는 현실에서 예술가들의 예술행위를 끝까지 존중하고자 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위법적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인들을 탄압하고자 했던 부당한 정권에 대한 어떤 반성도 없이 패러디한 작품이 여성누드를 드러냈다는 것만을 문제 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예술가의 예술행위를 존중하기 위해 논란의 위험을 무릅써 가며 전시회를 기꺼이 수용했던 표창원의원에 대해 “네 마누라도 벗겨주마”라며 성명을 낸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의 행태가 오히려 더 추악한 인신공격이자 성폭력으로 보인다. 그들은 공인인 대통령과 사인인 표창원 의원 부인의 위치성 마저 혼동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인이기에 시민으로부터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표창원 의원과 올랭피아 패러디에 대한 새누리당의 비판이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정권안보를 위해 초법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가들을 탄압했던 정권의 부당함과 한일 위안부 합의처럼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마저 철저하게 무시한 박근혜정권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죄가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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