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 승인 2017.02.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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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얼마 전 다녀온 일본 아키타 현 온천여행은 40여명의 일본 노인들과 함께했다. 여행은 그들의 걸음만큼 느리지만 고요했고, 고요한 만큼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을 색으로 표현하라면 흰색이라 말하고 싶다. 노인들의 머리색도 하얗고 눈도 하얗고 세상도 모두 하얀 색이었다. 눈(雪) 때문에 눈(目)이 호강한 여행이었다.

일행 중 유난히 걸음이 불편하신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그 노모(老母)는 60대 어느 여자 분(며느리 같기도, 딸 같기도 한)과 단 둘이서 여행 중이셨다. 몸이 많이 불편하신지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도, 이동을 할 때도 그분은 굽어진 허리와 벌어진 다리로 손에는 지팡이 두개를 짚고 힘겹게 걸어 다니셨다. 하지만 불평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으셨다. 버스로 이동하다가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준비를 하셨고 여행지를 구경할 때면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마냥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그런 노모의 눈에서 열정을 보았다.

여행 마지막 날은 특히 더 많은 눈이 내렸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바깥 구경을 하는 데는 악조건의 날씨였다. 그리고 특히 그날의 여행코스는 계단도 많고 눈까지 쌓여 걷기조차 힘든 곳이었다. 첫 번째 계단을 오르고 동행하는 여자 분이 노모에게 올라가지 말고 앉아서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노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가겠다고 하셨다. 처절하게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내게 뭔가 모를 짠함과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 모습이 필자의 눈에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처럼 보였다. 한 칸 한 칸 힘겹게 오르는 뒷모습은 티벳의 수도승이 고행 길을 가는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마치 어떤 숭고한 의식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혹여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다. 계단을 오를 때는 두 칸 뒤에서 함께 걷고, 계단을 내려올 때는 두 칸 앞에서 함께 걸으며 노모의 가쁜 숨소리에 맞춰 나의 걸음 속도를 맞췄다. 난 그저 묵묵히 큰 기둥처럼 함께 걷는 것으로 노모의 풍경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사실, 크게 개입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기도 했다.

노모는 여행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빠짐없이 다 해보셨다. 볼 것이 있으면 하나도 빠트리는 경우가 없었다. 직접 체험할 것 있다면 모두 다 체험해보셨다. 그리고 누구에게 선물할 것인지, 아니면 열심히 살아온 당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지 모르지만 기념품과 지역의 특산품을 가는 곳마다 사셨다. 이번 여행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인 것처럼 사소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던 그 모습이 나에게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한 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라.”

가르침은 때론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그것은 어느 훌륭한 교수의 강의 중에서만, 베스트셀러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르침은 때론 어느 나른한 오후 창가에 비친 햇살로도 찾아오고 숲속 깊이 잠자는 솔바람을 통해서도 시나브로 우리 일상으로 찾아온다.

그때 만난 노모의 모습을 생각하며 나의 삶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금이 마지막 순간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집중해서 산다면 나의 삶은 환희로 넘칠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 삶은 순간의 반복이란 것을. 그 찰나(刹那)의 순간이 모여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순간을 빼고 역사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루를 천년처럼 살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것이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삶에 대한 응답일 것이다.

글을 맺으며 좋아하는 알프레드 디 수자(Afred D. Suja)의 시(詩)를 여러분에게 선물한다.

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Dance, like no one is watching.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Love, like you have nerver been hurt.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Sing, like nobody‘s listening.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Work, like you don’t need money.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Live, like it‘s heaven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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