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과 ‘좋은 대통령’ 감별법
참정권과 ‘좋은 대통령’ 감별법
  • 승인 2017.04.10 11: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1913년 영국의 한 승마 경기장에서 시속 60km로 달리는 말 앞으로 한 여성이 뛰어 들었다. 여성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목숨이 위중해졌다.

그러나 그 사건에 대한 보도는 “경기장에 난입한 한 여자가 중요한 경기를 망쳤다. 왕실 소유의 경주마 앤머(Anmer)와 기수가 다쳤다”로만 치장됐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나흘 뒤 그 여성은 사망했다. 그 여성은 여성참정권운동가인 에밀리 데이비슨(Emily Davison)이었다. 그 여성이 달리는 말에 뛰어 들며 외친 한마디는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였다.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귀하게 떠받들어 온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의 원칙도 국민의 절반은 완전히 무시당하는 사회에서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영국의 여성참정권운동가인 에멀린 팽크 허스트(Emmeline Pankhurst, 1858~1928)가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며 남긴 연설의 일부이다. 1928년 드디어 영국에서 여성참정권이 보장됐고, 이는 1838년 영국 최초 선거법 개정에서부터 90년의 시간이 걸린 여정이었다.

1965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행진자들은 “흑인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며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87km의 행진을 시작했다. ‘피의 일요일’이라 불린 이 행진은 최루가스와 공권력의 폭력으로 얼룩졌지만 그들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존슨 대통령이 투표권법에 서명함으로써 흑인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헌법에 의해 남녀 1인 1표의 보통선거권이 부여되었다. 서구에서 참정권이 오랜 역사적 투쟁을 거쳐 가능했던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보통선거권은 일방적으로 주어진 것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에 대한 직접선거권을 쟁취한 이후 여러 번의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오는 5월 9일 치루어질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선거는 대통령과 부패한 권력에 맞선 시민 민주주의 혁명의 결과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언제나 목숨을 건 투쟁의 역사였다. 대한민국 국민의 보통 선거권이 그냥 주어진 것이었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부정의한 권력에 대한 저항과 투쟁 속에서 만들어 온 것이었다. 직접 선거권을 쟁취했으나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다면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잘못 선택한 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우리는 뼈저린 경험을 했다.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완성해 갈 새 지도자를 잘 뽑는 일은 막중하다.

박근혜 전대통령에게 묻지마식 몰표를 주었던 대구민심은 지금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혼란스운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지도자의 자질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묻지마식 몰표를 주었던 대구경북 표심은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서 촉발된 촛불정국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었다.

여기서 필자는 필자 개인의 좋은 대통령 감별법을 소개하고 싶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대통령은 우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체화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민의 생명과 삶에 대한 존중은 바로 후보가 내재화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의 정도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다. 후보가 체득한 민주주의에 대한 비전과 지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함께 가지 않는 성장은 결국 모두의 후퇴를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정전체제 속에 대한민국에서 후보가 가진 분단에 대한 인식과 평화에 대한 비전을 볼 것이다. 네번째로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그가 살아온 역사를 볼 것이다. 얼마나 일관되게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현해 왔는지는 그의 삶이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전이 치열해질 것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 위해 우리는 어떤 시민이 되어야 하는지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점검해야 하는 시간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