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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쓴 소리

기사전송 2017-11-15, 22: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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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라이프 디자인 연구소장)



들어야 한다. 듣고 싶지 않아도 이제는 들어야 한다. 맨날 달콤한 소리만 들으려니 잘 낫지를 않는 것이다. 낫기를 원한다면 쓰지만 들어야 한다.

얼마 전 어느 분과의 대화에서 느낀 생각이었다. 매번 마음의 아픔을 호소하고 따뜻한 위로를 원한다. 처음에는 나 역시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를 해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사람의 아픔은 그대로였다. 아니 상처가 더 깊어져 가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달달한 위로의 말만 들으려 하는 그를 보며 쓴 소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달콤한 소리가 아니라 쓴 소리였다.

어릴 때 엄마가 삼키라며 준, 물에 탄 가루약은 너무나 썼다. 그런데 먹어야 했다. 열 내리고 기침 멈춰서 밖에 나가 놀려면 쓰지만 먹어야만 했다. 안 먹으려고 울고불고하는 자식을 보고 엄마의 마음은 아팠겠지만 그래도 먹여야 했다. 그래야 나으니깐.

초등학교 시절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가 나와서 단체 예방 접종을 하는 날이 있었다. 줄 서서 주사 맞을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식은땀이 나고 정말 무서웠다. 혹시 앞에 선 친구가 울기라도 한다면 정말 최악이었다. 그 뾰족한 주삿바늘이 나의 살을 파고든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맞아야 했다. 그래야 병에 걸리지 않고 한 겨울 잘 놀 수 있으니깐.

쓴 약은 코 막고 먹었다. 주사는 울면서 맞았다. ‘아까징기’라고 불렀던 빨간약 옥도정기(沃度丁幾)를 기억할 것이다. 뛰어놀다가 넘어져서 다친 무릎에는 그 무시무시한 약을 발라야 했다. 독하고 따가웠다. 근데 상처가 아무는 데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피곤하면 입안에 혓바늘이 난다. 피곤을 풀고,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 알보칠(알보칠 콘센트레이트액)이라고 입안 상처 부위에 찍어 바르는 물약이 있다. 쉽게 말하면 상처부위를 태우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상처부위의 감각이 없어지고 새로운 살이 나게 하는 듯하다. 그 약을 발라본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가 인터넷에 많이 올려져 있다. 가장 공감했던 후기는 “지옥을 경험하려거든 알보칠을 발라라”란 말이었다. 정말 타들어 가듯이 따갑고 아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잘 낫는다. 그래서 혓바늘 나면 그 약을 찾는가 보다.

사탕만 물고 아이스크림만 물고 앉아서 어찌 감기가 낫기를 바라는가? 정말 자신한테 물어보라. 낫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더 나빠지기를 원하는지? 낫기를 원한다면 딴소리하지 말고 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충분히 위로받았으니 이제는 쓴 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다이어트하려면 힘들지만 운동을 해야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오고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오는 법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랑스러운 아기도 긴 시간의 고통 후에 찾아온다. 따뜻한 봄도 차가운 겨울이 지나야 오고, 좋은 시험성적도 머리 아픈 시간이 지나야 온다.

이제는 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일부러 그런 소리 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몸에 좋은 건 원래 쓴 법이다.

울고만 있지 마라. 값싼 사구려 위로에만 젖어 있지 마라. 남들도 당신만큼 힘들다. 그래서 그들도 여유가 없다.

당신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리든, 아니면 당신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꽃을 버려야 열매가 맺힌다. 온전히 벌거벗은 자신을 보고 자신을 확인해야 한다. 그 후에 새로운 싹이 난다. 병원 의사 앞에 가서 자신의 아픈 환부를 보여야 낫는다. 부끄럽고 쪽팔리지만 어쩔 수 없다. 살아야 하지 않는가?

아프다고 울지만 마라. 쓰지만 그 쓴 소리 들어야 한다. 단 사탕은 쓴 소리 후에 물어도 된다. 아픈 치료받고, 쓴 약을 삼키고 난 뒤 울고 있는 아이의 입에 물린 막대사탕을 떠올려 보라. 진리가 이렇게 우리 곁에 있다. 기억하라. 한약 엄청 쓰다. 당뇨에 좋은 여주, 엄청 쓰다. 커피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모두 쓰다. 달달한 음료수는 입에는 달지만 결국 내 몸을 망가뜨린다. 단것도 한 번씩 필요하다. 피곤할 때, 기운 없을 때 어쩌다 한 번씩 맛봐야 한다.

‘내 귀에 캔디’는 나를 약하게 한다. 사람을 홀리는 사기꾼들이 달달한 얘기를 한다.

쓴 소리를 하는 사기꾼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결국 우리를 망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위해 쓴 소리를 했던 사람이다. 쓴 소리는 애정의 결과다.

이제 그만 질질 짜고 낫기를 원한다면, 변화를 원한다면 쓴 소리를 들어라. 그게 당신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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