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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사랑 뜨겁다

기사전송 2017-11-19, 21: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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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진동 상태의 손전화가 요란스레 몸을 떨어댄다. 베트남 며느리를 맞은 정 씨 어머니의 전화다.

“저희 가족들은 정말 행복해요. 시집온 지 이제 겨우 7개월인데 한국말도 잘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교대 근무하는 남편 밥 챙겨서 회사에 보내고, 또 얼마나 깔끔한지 집안이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청소해요. 우리 며느리 정말 예뻐요.” 정말이란 단어를 되풀이하며 며느리 자랑을 한다. 그러더니 베트남 신부 ‘풍’에게 전화를 바꾸어 준다.

“마담, 감사합니다. 저 잘 살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행복이 자르르 흐른다. “풍,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하지?” “어머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그래요.”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대라고 했던가!

특히 국제결혼을 한 신부들 가족과 통화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딸 시집보낸 친정엄마의 마음이 이러할까. 시부모님의 사랑은 받고 있는지, 남편과는 금실이 좋은지, 언어나 문화의 적응에 미숙하여 혼자 힘들어하고 있는 것 아닌지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문다.

정 씨의 어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두 명을 두었다. 종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이해심 많은 다정다감한 현대판 시어머니다. 회사원인 큰아들은 예의 바르고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서른 중반이 넘도록 제 짝을 찾지 못하다가 국제 결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천생연분의 베트남 아가씨를 신부로 맞이했다.

정 씨는 다문화 센터, 성당의 신부님, 다문화 가족들을 두루 만나보고, 국제결혼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난 뒤 국제결혼을 결심했다.

정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랑하는 며느리라서 더욱 예쁘고, 한국인 손아래 동서가 나이가 더 많지만 깍듯이 형님이라 불러 베트남 신부 풍이 집안에 들어오면서 가족이 더 화목해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예쁘게 키운 딸을 머나먼 나라에 시집보낸 베트남 사돈에게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고 챙긴다.

풍의 친정어머니는 힘든 날도 있겠지만 한국 시어머니 말씀 잘 듣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퐁을 다독거렸다고 전한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이야기에, 감동이 파도를 타고 너울너울 가슴속으로 안겨온다. 인간의 감정은 세계 어디에 가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지만 결국 사랑하고 존중하고 부딪히며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다를 바 없을 테니 말이다.

다문화 정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려있다. 앞으로 2020년도가 되면 결혼이민자 숫자가 현재의 두 배인 35만 명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저 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2030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전체 인구의 24%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가 예상된다.

베트남 신부들은 맞선을 보면 한국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지 아파트에 사는지에 관심이 많다. 한국 시어머니들이 호랑이처럼 무섭다는 소문이 그들 사이에 자자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산후 조리를 할 때 산모에게 족발을 푹 고아 먹이는 풍습이 있다. 미역국을 먹기를 싫어하는 며느리에게 굳이 한국식을 고집하기보다,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는 작은 배려가 마음의 벽을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나와 같지 않아서 틀렸다가 아니라, 다름과의 차이를 인정하면 딸처럼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긍정의 메시지를 활짝 꽃 피게 할 수 있으리라.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주면서 한국인으로서 서서히 적응하기를 기다릴 줄 아는 포용력을 가진다면 틀림없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오늘도 친구분들과 야외로 놀러 가는데 며느리가 가고 싶어 해서 같이 다녀왔다고 하는 정 씨 어머니의 말에 그저 신명이 실린다.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닮아 딸 같다는 말에 기분이 좋다며 연신 웃는다. 정 씨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행복의 온도가 몇 배나 더 높을지도 모른다. 덩달아 채워지는 내 마음속의 온기도 한 아름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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