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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동화 같은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기사전송 2017-12-13, 22: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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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연구소 소장)



한 겨울 추위가 매섭다. 저 멀리 북쪽의 러시아보다 한국이 더 추웠다고 뉴스에 나왔다. 그 찬바람이 우리의 마음까지 차갑게 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왠지 움츠려 들고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직접 본 동화 같은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하루는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 오후 2시를 조금 넘은 시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번씩 들리는 한 식당에 아내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도 우리처럼 식당 한편 테이블에서 늦은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오늘 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좀 있다가 식사가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시킨 밥과 반찬을 담은 그릇에 바닥이 드러났을 즈음 식당의 문이 스르르 바람처럼 열렸다.

얼핏 보아 초등 3~4학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한 명과 중학교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한 명. 이렇게 두 명의 어린 소녀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어서 와~ 밥 먹으러 왔구나.” 밥을 먹다가 일어나 아주머니가 웃으며 아이들을 여느 손님 대하듯 맞는다.

큰 아이가 작은아이의 등을 아주머니에게로 자꾸 떠민다. 무언가 할 얘기가 있는 모양새다.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손에 ‘꼬깃꼬깃’ 접힌 만 원짜리 한 장을 아주머니에게 건 냈다. “공깃밥 하나만 주세요.” “오늘은 돈 주고 먹을게요.”

내가 잘못 들은 걸까? 공깃밥 하나? 작은 아이가 어렵게 말문을 트고 나니 이제 자기 차례라 여긴 큰 여자아이가 수줍어하며 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반찬은 가지고 왔어요. 공깃밥 하나만 주시면 우리 둘이 나눠 먹으면 돼요” 아이들이 외투 주머니에서 꺼낸 건 도시락용 김 두 봉지였다. 김이 애들이 말한 오늘의 점심 반찬인 모양이다. 타지에서 오셨는지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주인아저씨가 주방으로 들어가며 웃으며 던지는 말씀 “그냥 와도 된데이~여기 밥 먹으러 올 때는 돈 안내도 된다 그랬제. 그냥 먹으라이~”

홀을 담당하시는 아주머니는 돈을 다시 돌려주시며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신다. “야들아. 주인아저씨가 그냥 와도 된다 카제? 이제 여기 올 때는 편하게 온네이~ 앉아라. 밥 가져올게” 먹던 밥도 둔 채 반찬과 찌개를 준비하시러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주인아저씨에게서 오래간 만에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식탁에 앉은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학교 시험을 막 끝내고 홀가분 마음으로 분식집에 앉은 여느 소녀들의 모습과 꼭 닮았다. 아이들 앉은 식탁 앞에 놓인 도시락용 김 두 봉지. 그리고 두 그릇의 하얀 쌀밥. 내가 본건 여기 까지다.

그 아이들이 결손가정의 아이인지? 자주 이 식당을 이용하는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난 알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더욱 주인아저씨에게 얘기해 그 아이들에게 음식을 시켜주고 그 값을 대신 지불하는 등의 행동도 난 하지 않았다.

섣부른 판단, 값싼 동정으로 그들이 곱게 써 내려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불청객이 되어 함부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 아름다운 풍경을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난 오늘 따뜻한 동화책 한 권을 눈으로 보았다.

아마 앞으로 난 그 식당을 더 자주 이용할 것 같다. 따뜻한 ‘사람’이 해주는 밥을 먹으러 배가 고픈 날이면 당연하다는 듯 발길이 그 식당을 향할 것 같다. 좀 더 멀리서 지켜보면서 착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걸 응원해줄 것 같다.

몰라, 그러다 혹시 주인아저씨랑 더 얼굴이 익혀지고 나면 그때는 내가 다 못 본 그때 그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을지는 모르겠다.

세상은 여전히 동화 같은 이야기가 곳곳에서 쓰여 지고 있다. 돌아보면 사실, 나쁜 사람보다는 착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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