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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새해, 달맞이

기사전송 2018-01-15, 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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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주부)


2017년이 가고 2018년이 왔다. 홍희에게 2017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직장에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도 있었다. 가는 해를 잘 보내고 오는 해를 잘 맞이하고 싶었다. 3일간의 연휴동안 남편은 1박2일 여행이라도 가자고 제안했으나,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친정엄마와 시댁어른들을 방문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제안했고, 남편도 흔쾌히 응했다.

혼자 계시는 친정엄마에게 드릴 반찬 한 가지를 준비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친정엄마가 못 드셔보았을 다코야끼를 샀다. 친정엄마 혼자 드시는 밥맛이 좋을리도 없고, 매일 집밥만 드셔서 새로운 맛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한 개 맛을 보고 더 드시라고 권해도 자꾸 사양한다. 아이들 먹으라고 그런 것 같다. 점심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시골동네라 특별히 입맛을 당기는 것이 없어서 무난하게 ‘중국집’으로 갔다. 친정엄마와 아이들은 맛있게 먹었다. 친정엄마가 살아계실 때 맛있는 것을 자주 사드려야겠다.

그날 오후에는 40여분 거리에 있는 시댁에 갔다. 남편은 어른들께 석화를 구워드리고 싶어서 준비했다. 마당에 장작을 지피고 커다란 석쇠를 올리고 껍질에 쌓인 굴을 올리니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입이 열렸다. 어른들께 술 한잔 따라드리고 아이들이 굴을 입에 넣어드리니 맛있다고 하셨다. 구순을 바라보는 시아버님은 다리가 아파 걸음걷기도 힘드시고, 시어머니는 작년 여름 팔을 다쳐 오른팔에 힘이 없다. 집을 나서는 남편이 뒤돌아보는 마음이 짐작이 된다.

두 집 어른들과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아침은 뿌듯했다. 추운 날씨지만 해는 밝게 떴다. 오후 3시경 팔공산 갓바위에 가서 새해를 보고 소원을 빌기로 했다. 부지런히 새해를 맞이하고 나오는 사람들의 차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그러나 밀리면서도 여유로워 보였다. 다들 자기들 나름의 소원을 빌었으리라.

경산쪽에서 갓바위로 오르기로 했다. 조금 걸으니 숨이 찼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소망을 담아 올라가니 벌써 갓바위에 이르렀다. 해질녁이라 올라가는 길에 지는 해가 나무 틈으로 비췄다. 눈이 아프지 않은 새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갓바위에 빈 방석들이 많았다. 절을 하는 사람들과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들 틈에서 새해 첫날 갓바위에 오르는 것이 처음이라 가족 모두 절을 하며 자기의 소원을 빌자고 했다.

가족 네 명이 나란히 서서 합장을 하고 절을 하며 소원을 빌었다. 오랜시간동안 함께해 온 소중한 가족이다. 홍희는 세 가지 소원을 빌었다. 개인적인 것, 가정적인 것, 직장생활에서 바라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절밥을 먹어보고 싶다고 아이들이 제안해서 밥을 먹었다. 그릇에 잘게 썬 깍두기에 된장,고추장 양념된 것이 있었다. 맑은 시래기 된장국을 건더기 가득 퍼 담아 밥상으로 돌아오니 아이들은 서로 말은 못하고 눈치만 본다. 아이들의 마음을 안다. 그러나 누가 이 한 그룻의 따뜻한 밥을 주겠는가? 감사할 일이다. 스님들이 드시는 밥이니 감사하게 맛있게 먹자고 하니 숟가락을 든다. 양념이 잘 배어 밥은 맛있었다. 간소한 반찬이라도 감사의 마음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리라. 먹을 수 있는 것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생활에 감사하며 살리라 다짐해본다. 유난히 먹거리의 행복을 찾는 시대다. 요리방송과 먹방이 대세다. 맛집여행을 떠나는 이도 얼마나 많은가? 오늘 이 한 그릇의 밥이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해진다.

어두워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이 가로등 불빛이 밝았다. 하늘에 별도 총총했고, 둥근 달이 떴다. 보름달처럼 크고 환했다.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보름이었다. 새해 첫 겨울밤 갓바위에서 보름달을 보니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웠다.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새해 소원을 빌고 보는 보름달은 풍요로움과 따스함을 보내줬다.

새해 첫날 해도 보고 달도 보며, 갓바위에 소원을 빌었다.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여서 더 충만한 해맞이, 달맞이였다.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직장과 사회적으로 각각 소원한 것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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