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언어로 말할 때
사랑의 언어로 말할 때
  • 승인 2018.01.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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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숙(수필가)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과거의 기억과 만나고 현재의 감정과 만난다. 그리고 짐작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한 소통방식도 오로지 글을 매개로 모든 변수들을 예측하려고 한다.

내가 쓴 글을 읽고 언젠가 남편이 펑펑 운 적이 있다. 어떤 특정한 문장이 남편의 감정선을 터트렸겠지만, 정작 글을 쓴 내 입장에서는 벅차오르던 기쁨과 감동은 이루 형용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최고의 찬사는 “글이 참 좋았다”는 단순한 느낌을 전달받을 때다.

우리 조카는 ‘접촉’이라는 사랑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얼굴을 부비거나 손으로 몸을 만져주면 좋다고 까르르 은방울꽃처럼 웃는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만지고 안아 줄 때, 또 격려가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따듯한 온기로 포옹해준다면 저수지의 물처럼 충만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회를 하는 남동생이 청소년 사역을 할 때 일이라며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가출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대학교수이고, 어머니는 가정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남들이 보기에는 꽤 괜찮은 집안이었는데, 그 아들은 너무 완벽한 부모와 행복한 환경을 버리고 가출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길거리 친구들과 어울리며, 거기서 만난 자퇴한 여학생과 사귀는 바람에 부모의 큰 근심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이는 여자친구가 자신을 따듯한 말로 위로하고 늘 손잡고 같이 걸어 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이 아이의 사랑의 언어는 손으로 전하는 ‘접촉’인 것을 부모는 몰랐던 것이다.

‘봉사’를 사랑의 언어로 가진 친구 남편이 있었다. 묵묵히 그저 회사에서도 일, 집에 와서도 일, 오로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일만 했다고 한다. 열심히 회사 일을 하고, 가정에 돌아와서도 분리수거를 하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가족들을 사랑하는 것이라 믿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멋있고 자상한 남편이라고 부러워했지만 정작 같이 사는 친구는 너무 속상해 했다. 친구 남편은 가족을 위해 그렇게 봉사함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가진 불만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불평이 늘어진다고 했다.

남녀가 데이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은 그냥 같이 있는 것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자들에게 있어 ‘함께 한다’의 진정한 의미는 눈을 맞추고, 상대방의 필요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공감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벤트나 선물을 사 주는 것이 최고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처럼 사랑을 물질로 보상받으려는 것은 그들의 강한 속성이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두 사람만의 사랑의 공감대가 떨어지는 것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심리학자 J. A. Lee(1973)는 열정적 사랑(eros), 유희적 사랑(ludus), 친구같은 사랑(storge), 소유적 사랑(mania), 실용적 사랑(pragma), 헌신적 사랑(agape)등 사랑에 대한 6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유희적 사랑을 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친구 같은 실용적, 소유적인 사랑을 했다고 한다. 아울러 게리 채프먼(Gary Chapman)박사가 쓴『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에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사랑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사랑을 표현하고 전달받는 방법으로 ‘인정하는 말’, ‘함께 하는 시간’, ‘봉사’, ‘선물’, ‘육체적인 접촉’의 5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같은 언어를 서로 주고받듯이 사랑에도 각각의 사랑의 언어로 표현해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사랑한다고 표현하는데, 상대방은 낯선 외국어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외계어처럼 듣는다면 소통이 가능할까?

가끔,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헤어지는 커플들을 본다. 그들도 그들 방식대로 사랑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각자의 방식이지 공동의 방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나와 당신만의 언어가 아니라 우리만의 언어로 사랑을 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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