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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별일 없어서 감사

기사전송 2018-02-21, 22: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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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간다. 오늘로 벌써 1684일이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사랑을 시작한 지 며칠 되었다고 날짜를 세는 것처럼 하루하루 쌓여가는 날짜가 자랑스럽다. 감사일기는 평상시 강의를 하면서 써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그냥 “오늘부터 쓰자.”란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일상 속에서 감사할 것을 찾아서 매일 일기처럼 적어보자고 시작했던 것이 여기까지 왔다.

먼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별일 없는 이 평범한 일상에 감사를 드려본다. 필자와 함께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100여 일이 지나서 주위에 함께 쓰자고 권해보았다. 여러 사람이 동참을 했지만 며칠 쓰다가 포기하고 현재 나와 함께 감사 일기를 쓰고 있는 사람이 6명이나 된다. 감사일기는 필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공유하기 때문에 한 번씩 그들이 쓴 일기를 보게 된다. 벌써 1000일이 넘은 사람이 5명이다. 그들의 일기를 보면 그들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선수들 같다. 그들의 일기에서 자극을 받을 때가 많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작은 것에서 감사와 행복을 찾는 훌륭한 시선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의 삶이 행복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 일기를 권유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감사 일기를 쓴다고 밥이 생기냐? 떡이 생기냐?”라고. 나도 안다. 밥도 안 생기고 떡도 안 생긴다는 거. 그리고 특별한 일 안 생긴다는 거. 그런데 왜 계속 쓰고 있냐고? 그냥. 숨 쉬듯 그냥 쓰고 있다. 모든 것이 감사하니까.

매일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다. 숨을 쉰다는 것, 매일 하고 있고 쉽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대단한 일이고 엄청 어려운 일이다. 갑작스럽게 심장 마비가 온 사람은 한 번의 숨을 쉬지 못해 가슴을 움켜쥐고 땅바닥을 뒹군다. 우리가 쉽다고 생각한 숨 쉬는 거 안 되어서 말이다. 응급실에서 심호흡 정지된 사람을 의사가 온몸에 땀이 흠뻑 젖도록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옆에서 가족들은 울며 불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너무나 쉽다고 생각한 숨 쉬는 거 안 되어서 말이다. 숨 쉬는 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삶과 죽음은 어찌 보면 참 간단하다. 몸속으로 들어온 숨이 몸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도움을 통해 숨을 쉬거나 기계의 도움을 통해서 숨을 쉬게 된다. 우린 그걸 매일 하고 있다. 타인의 도움 없이 알아서 숨이 쉬어지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잠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몇 시간째 침대 위에 누워 있지만 여전히 잠 못 드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유난히 커진 시계 초침 소리 때문에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이다. 머리만 대면 잠자는 사람들이 쉽다고 생각한 잠자는 거 안 되어서 말이다. 필자도 예전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불면증이 온 적이 있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을 때 정말 미칠 정도다. 하루도 아니고 그것이 며칠이 되고 한 달이 되면 이건 지옥과 같다. 매일 저녁잠을 잘 수 있으니 너무 감사하다.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가? 누군가에겐 기적이 일어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음도 감사하다. 누군가에겐 평생의 소원과도 같은 일을 나는 매일 하고 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나?

미국의 유명가수 ‘스티비 원더’는 사랑하는 딸이 태어났는데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소원은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닐까. 그의 소원을 나는 이미 이루었다. 매일 딸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란 말. 이제 그 뜻을 알겠다. 특별한 일 일어나지 않은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알게 되었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걸어 다니고,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를 수 있음이 기적과도 같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90이 되신 아버지께서 식사를 잘하시는 것, 이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일 없는 오늘이 너무 감사하다. 행복은 내가 스스로 발견하는 것임을 고백하며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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