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23일 토요일    단기 4351년 음력 5월10일(丙戌)
오피니언달구벌아침

있는 그대로 봐주기

기사전송 2018-03-07, 21:47:21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서울로 출장을 간 날,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며 사람들이 올려놓은 SNS의 이야기들을 보았다. 그때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정리해두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기는 쉽다.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쉽다. 하지만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보기는 참 어렵다.” 이 글을 쓰게 된 건, SNS에 올려진 사람들의 글 때문이었다. 글의 대부분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니면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일로 뉴스에 실렸는데 누군가에겐 호감이었고 누군가에겐 그게 비 호감이었다.(범죄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님) 그때 느꼈다. 좋아하기도 쉽고, 미워하기도 쉽지만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본다는 것은 참 어렵구나란 것을.

사람을 가만히 보면 모두가 다르게 생겼다. 눈이 큰 사람, 눈이 작은 사람.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잘 웃는 사람, 잘 웃지 않는 사람. 도시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시골스러움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 다르다. 그 속에 맞다 틀리다의 답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맞다 틀리다’의 판단을 많이 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반성을 하는 의미도 있고, 아니면 다짐을 하는 의미로 오늘은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써본다.

농담처럼 던지는 질문! 국수와 국시는 무엇이 다를까? 바로 재료의 차이다.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밀가루의 경상도 방언)로 만든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니 죽자고 달려들지는 마시길. 아마 예전에 한 번쯤은 싱거운 농담 잘하는 사람에게서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 일 것이다. 국수면 어떻고 국시면 어떠하리.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한 그릇 말아서 후루룩 맛있게 먹으면 최고인 것을.

경상도 사람인 필자가 예전에 전주에 있는 대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그때 생활에서는 크게 느껴보지 못한 경상도와 전라도의 문화 차이를 음식에서 느낀 적이 있다. 여름 어느 날 전주 시내에 있는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다. 벽에 붙은 콩국수 사진이 너무 맛있게 보여 메뉴를 콩국수로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드디어 콩국수가 나왔고 작은 사발에 담긴 하얀 소금을 콩국수에 넣고 한 입 먹고는 뱉어 내고 말았다. 조금 전에 콩국수에 넣었던 것이 소금이 아니고 설탕이었던 것이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주인에게 “사장님, 소금을 주시는 걸 설탕으로 잘 못 주신 거 같습니다. 소금 좀 주세요”라고 얘기하니 주인아주머니가 더 황당한 표정이다. “무슨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요?”라며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함께 간 전라도 친구도 이상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얘기를 들어보니 전라도에서는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서 먹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황당했다. 좀 지나니 그 사실이 웃겼다. 더 지나니 ‘다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름과 틀림은 같지 않다. 다름은 그냥 다른 것이다. 너와 내가 다르고, 그 나라와 우리나라의 문화가 다른 것이다. 관심사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지구촌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름을 잘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한민국에 같은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많다.

비난하고 평가하는 말을 상대방에게 한 다는 것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너는 왜 나와 같지 못하니?’라는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수 유익종의 ‘그저 바라볼 수 만 있어도 좋은 사람’이란 노래를 즐겨 부른다. 그저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을 좋아하기는 쉽고, 또한 질책하고 평가하기는 쉽지만 아이의 행동과 생각을 그저 바라 봐주기는 참 힘들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고 얘기했던 어느 큰 스님의 깨달음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산이 그냥 산으로 존재하고, 물이 물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좋다’ ‘싫다’ ‘나쁘다’ ‘옳다’라고 평가 내리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 봐준다는 것. 참 귀한 일이다. 오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