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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벚꽃 떨어진 길, 드라이브 사랑=같이 살아가는 사람

기사전송 2018-05-07, 21: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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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올해는 엄마의 생신을 지리산 산청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박경리문학관을 지나 쌍계사 벚꽃축제를 보러 가기로 하였다. 바야흐로 봄이 시작되는 지리산의 풍경은 가슴 벅차게 했다. 지난 겨울 죽지 않고 살아있었음을 시각적으로 자기존재를 나타내었다. 잎은 노란 연두색으로, 꽃은 붉고, 노랗고, 하얀빛이었다. 각자 살아있는 봄이다.

홍희는 중,고등학생인 아이들을 집에 남겨두고, 아주 오랜만에 남편과 둘이서 멀리 여행온 봄이라 새로움이 남달랐다. 연애기간이 없이 선을 보고 3개월만에 후딱 결혼을 했다. 좌충우돌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허니문 베이비를 가져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볼 사이도 없이 셋이 되고 넷이 되었고, 좌충우돌은 커져갔다. 둘만의 시간은 서로에게 열중하고, 몰입하고, 배려하고, 이해가고 맞춰가는 시간이 될 수 있지만, 또다른 식구가 생긴 탓에 둘만의 시간이 없어 늘 사랑에 목말랐고, 이해와 배려가 부족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점점 싸울힘도 없어지는 마당에 덜 싸우고,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고, 많이 나아졌다. 그랬기에 둘만의 벚꽃여행이 연애하는 기분을 주었고, 달콤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봄날 벚꽃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그들뿐만은 아니었기에 박경리문학관에서 화개장터로 가는 길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길가에 화사하게 핀 벚꽃 아래로 사진찍고, 걸으며 이야기하는 자유로운 사람들에 비해, 차안에서 가다말다를 반복하다 보니 홍희남편은 조갑증이 나기 시작했고, 그런 남편을 보며 홍희 또한 조갑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젠 약간의 불편이 있더라도 좀더 편안해지고, 여유로와질 순 없는 것일까, 지금 벚꽃이 늘어진 길위에서 둘이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할 순 없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 굳이 쌩쌩달리지 않아도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나가도 좋지 아니한가? 달콤한 연애기분을 맛보고 싶었던 홍희는 남편이 야속했다. 그런 맘을 헤아리지 못하는 남편은 계속 차가 밀린다, 오는 길은 더 밀릴텐데라며 투덜거렸고, 급기야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날 그날을 바쁘게 덤덤하게 살며 벚꽃아래의 그 날을 아쉬워하던차, 남편 역시 그러하였는지 가까운 가창으로 바람을 쐬러 가자고 했다.

저수지쪽으로 들어선 1차선도로는 다행히 막히지 않았고 양 길가에 벚꽃이 꽃잎을 흩날리고 있었다. 여유있는 드라이브와 시원한 초록의 바람이 가슴으로 흘러 들어왔다. 다시 남편과 길을 나와 벚꽃길을 드라이브한 것이 잘 한 것 같다.

남편과 삶이 20년이 되어 가는데 요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같이 살아왔고, 같이 살고 있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빠르게 발음하면 사,랑으로 들린다. 홍희에게만 그럴까?

남편에겐 비싼 7천원짜리 카페라떼를 나눠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로가 넓은 잔디위에 자리를 깔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내놓고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단 둘이 봄날 벚꽃을 보러 소풍나온 모양이었다. 지나가고 나서도 고개를 뒤로 돌려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그들은 서로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일까?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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