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短期戰)에는 늘 거짓이 승리한다
단기전(短期戰)에는 늘 거짓이 승리한다
  • 승인 2018.05.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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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진짜 승부가 판가름 난다. 단기간의 승부에서는 늘 거짓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마치 수수께끼 같다. 배배 꼬아 놓은 기말고사 문제처럼 한참을 봐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 딱 보고 이게 답이구나 하고 당장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야 하고 기다림의 인내(忍耐)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쁜 사람이 더 잘 살고, 착한 사람은 항상 손해보고 산다는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만한 이야기이다. 그럴 때 얼마나 속이 상한지 경험 해본 사람은 안다. 필자 역시 아직도 그 순간의 감정이 생생하다.

학교에서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며 좋은 교수가 되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았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이 필자를 좋아해 줬고 다음 학기 시간표가 나오면 필자의 과목이 있는가? 부터 먼저 확인한다는 학생들의 얘기를 들으며 보람과 긍지를 갖고 강의를 하고 있었다. 외래교수 시절 한 대학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매 학기 평균 10여 학점을 배정받았는데 그 학기는 딱 2학점만 배정이 되었다. 그중 A교수가 유난히 많은 강의를 배정받았다. 동료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에게 배정되었던 과목이 A교수에게 모두 배정이 되어 거의 20여 학점의 강의를 하게 된 것이었다. A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로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영향력 있는 오래 계신 교수들에게 좋은 선물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김영란 법’으로 그럴 일은 없지만 예전에는 학과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물을 하는 일이 흔했다. 집에 돌아와 너무 속이 상했다. 나도 강의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높은 교수한테 선물이나 돌려야 하는 건가? 강의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강의에 더 신경을 쓴 나에게 불이익이 왔다. 학생들만 아니었다면 솔직히 바로 그만두고 싶었다. 너무 속이 상했다.

하지만 진심과 열정으로 학생들과 더 소통하려 했고 그 결과 많은 대학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그래서 많을 때는 한 학기에 대학교 5군데를 한꺼번에 출강을 나간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필자는 더 바쁜 일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고, 그 분은 자신의 영향력을 잘 펼치지 못하셨는지 결국 강의를 그만 두셨다고 한다.

단기전에는 늘 불의가 승리한다. 그걸 알기에 나는 참고 견뎠다. 삶이 부메랑 같아서 ‘삥’ 한 바퀴 돌아서 온다. 그 돌아오는 시간 동안 믿음으로 견뎌야 한다. 그 믿음이 없을 때 불의와 타협을 하게 된다. 당장은 불의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난 후 던져 놓은 부메랑이 때가 되어 돌아올 때는 상황은 달라진다. 부메랑은 절대 떠날 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더 탄력을 받아 돌아온다. 혼자 돌아오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돌아온다. 간단한 논리다. 좋은 부메랑을 던지면 좋은 결과가 돌아오고, 나쁜 부메랑을 던져 놓으면 나쁜 결과가 돌아오게 되어있다. 돌아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나쁜 짓하고, 불의를 해도 당장 나의 앞에 처벌이 없고, 좋은 일을 하고 정의를 위해 일해도 당장 나의 앞에 보상이 없기에 마치 불의가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순전히 그렇게 보일 뿐이다.

심은 대로 거둔다. 이 말 역시 부메랑과 일맥상통한다. 심은 것은 최소 몇 달, 몇 년이 걸려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당장은 심는 사람이 더 수고하고, 손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아침부터 나가서 수고하는 모습과, 그늘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낮잠을 자는 모습은 대조적이다. 마치 단기전에서는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이 승리한 것 같다. 하지만 가을 지나 겨울이 오면 그때는 알게 된다. 놀고먹었던 사람은 당장은 자신이 더 편한 삶을 살고 있나 싶지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그때 깨닫게 된다. 인생은 농사처럼 심으면 바로 결과가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참의 시간이 지나야 결과가 온다는 사실을.

좋은 것을 심어야 한다. 그리고 믿고 기다려야 한다. 심은 대로 거두게 되어 있다. 우리 삶은 100미터 경기처럼 단기전이 아니다. 마라톤처럼 장기전(長期戰)이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정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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