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나라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 승인 2017.02.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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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역사가 시작한 이후 인류는 크고 작은 집단을 이루며 살아왔다. 가족단위에서 씨족으로 발전하고 부족으로 변화해 왔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이합집산을 통하여 작은 단위의 국가형태를 이루게 된다. 힘 센 부족들이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합쳐지면서 강한 나라가 되기도 하고 약한 나라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들은 오직 자기영역을 넓히기 위한 동물적 본능으로 경쟁상대를 타도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된다. 약육강식의 사회적 질서는 살육과 방어를 위한 새로운 무기발명에 나서며 칼과 창 그리고 활이 등장한다. 침략과 정복은 강한 나라의 백성들에게 부(富)를 안겼다. 사냥이나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던 원초적 집단이 전쟁으로 상대방의 영역을 점령하고 전리품을 독점하기에 이른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대중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출현과 그를 밑받침하는 중간세력이 형성되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초체제가 이뤄진다. 계급의 등장이다. 인류는 평등하고 공정했던 입장에서 지도자와 중간계층 그리고 하부세력으로 나뉜다.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해서는 내부구성원들의 기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것은 현대의 세금과 같은 행태로 나타난다. 이처럼 물질적인 공헌뿐만 아니라 집단에 대한 복종과 충성이 요구된다. 복종은 집단을 운영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지도자가 군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부세력이 따르지 않거나 저항하면 그 집단의 힘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되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도자는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집단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며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노력이 신뢰를 받을 때 그 집단의 힘은 강해지고 단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원리는 현대국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대국가는 영토의 크기와 인구수가 모두 다르다. 14억이 넘는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이 있는가하면 불과 몇 만 명에 불과한 섬나라도 있다. 이들은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흩어지고 합쳐지기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착취를 밥 먹듯이 하며 약한 나라 허약한 민족은 다른 나라의 노예로 전락했던 쓰라린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거대한 중국의 변방속국을 강요받으며 천자의 나라에 조공을 바치면서 겨우겨우 나라의 명맥을 유지해왔고 100년 전에는 일본의 강압에 굴종하여 ‘조선’이라는 나라의 간판을 내린 적도 있다. 이 때 우리 선조들은 과감히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왜놈들에게 나라는 물론 성과 이름까지 빼앗겼지만 남부여대 만주로 이주하여 광복군을 결성하고 허약한 무장으로도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일본정규군을 몰살시킨 빛나는 역사가 있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막을 내리며 꿈에도 그리던 광복을 성취했으나 미·소 양국의 국제정치에 희생양이 되어 38선을 두고 남에는 자유민주주의 정권, 북에는 공산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앉는 가장 불미스럽고, 추잡하고, 창피스러운 분단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남북정부는 특사를 교환하며 평화와 통일을 기약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김대중과 노무현은 평양을 찾아가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막대한 면담비용만 줬을 뿐 통일의 기약은 측정할 수도 없다.

북한은 강성대국을 선언하며 2020년을 완성의 해로 선언했다. 이는 핵폭탄과 운반수단의 완성을 의미한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를 이루는 순간 미국을 위협하여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미군철수를 유도하면 적화통일은 식은 죽 먹기라는 계산이다. 이런 위험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정부는 매너리즘에 빠진 채 최순실의 세치 혓바닥에 놀아나다가 결국 대통령 탄핵에 직면했다. 국민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져든 셈이다.

이 와중에서도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애국선열과 국가유공자의 보훈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보훈처는 나라사랑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전문 강사를 모집하여 보훈국가연구원에서 닷새 동안 하루 12시간씩 교육을 강행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특강에서 공식명칭인 ‘나라사랑강사’를 ‘안보전임교수’로 하칭하여 항의를 받고 시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나라사랑이라는 국가의 큰 줄기를 ‘안보’라는 한정된 분야로 축소한데 대한 수강생들의 불만이었다. 그가 우파성향으로 알려졌지만 나라사랑의 큰 틀로 볼 때 민주화, 산업화를 모두 포함시켜 국가안보와 결부시켰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개회식에서 애국가제창을 1절로 끝낸 것도 지적을 받았으며 폐회식에서 이를 시정한 것은 당연했다. 애국가를 이불 속에 숨어서 불러야 했던 우리 선열들을 생각한다면 4절 아니라 40절이라도 힘차게 부르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 아니겠는가. 정연화 연수과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의 체계적인 연수 운영은 수강생들의 말없는 갈채를 받았다. 나라사랑의 작은 교육과정이었지만 많은 감동을 줬으며 세계정세와 더불어 한국의 앞날을 예측해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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