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가까이
내게로 가까이
  • 승인 2017.05.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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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내게로 가까이 오소서.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이집트의 총리인 요셉이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며 그의 형들에게 한 말이다. 13년의 세월, 가나안과 이집트만큼이나 떨어져 있던 그들의 관계는 요셉의 이 말을 시작으로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다.

자기를 죽이고자 했던 형들, 그 형들에게 버림받아 외국으로 팔려간 요셉의 상처는 어떻게 아물었을까? 13년 후 이집트의 총리가 된 요셉은 어떻게 복수의 칼 대신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었을까? 요셉이 형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미는 장면은 구약성경 전체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의 하나이다.

멀어진 관계를 좁히는 일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가장 신성한 하나님의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멀리 떨어져 있던 우리를 불러서 그 분 가까이 있게 하신 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었던 그들의 거리를 가깝게 한 요셉의 행동은 예수 그리스도의 하신 일과 닮았다.

갈등과 증오로 멀어진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고 신성한 일이다. 그것은 예배당에서의 드리는 가벼운 기도보다 차라리 숭고하다. 매주 잘 차린 옷을 입고 드리는 형식적인 예배보다 오히려 신성하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역사하는 원심력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인정한다. 그 원심력은 불친절, 배신, 미움, 실망 등 다양한 모양으로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멀게 만든다. 어제까지 친밀했던 사람간의 관계에 비집고 들어와 애써 서로를 밀어낸다. 마치 요셉과 그의 형들과의 관계에서 처럼….

그동안 우리는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대한민국 서울에 주소를 둔 청와대가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꽁꽁 숨어 있는 듯 했다. 여·야, 보수와 진보, 부모와 자녀간의 세대간 거리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우리 모두가 우리를 밀어내는 그 원심력의 피해자들이다.

그런데 5월의 어느 날, 갑자기 청와대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왔다. 요셉처럼 손을 내밀며 말한다. 내게로 가까이 오소서. 구중궁궐같았던 청와대가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 사는 온기와 웃음소리가 들린다. 여·야, 보수와 진보, 세대 간의 거리도 가까워진 듯하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력이 원심력을 제어하고 우리 간의 거리를 좁혀 주고 있다. 언제 우리가 이토록 훈훈한 여·야간의 회담을 보았던가.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으로 개신교회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해이다. 개신교 각 층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많은 행사와 프로그램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그 울림은 크지 못하고 개혁을 위한 동력이 상실된 상태이다. 그런데 새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의지가 사회 각 층의 간격을 좁히며 우리 서로 간에 멀어진 관계를 좁히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새 대통령의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는 종교개혁의 본질인 개신교 정신과 매우 유사하다. 왜냐하면 종교개혁의 본질인 개신교 정신이야말로 권위주의 체계인 구습에 질문하고, 저항하여, 소통함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통의 정신은 인간과 신과의 수직적 소통에서 시작하여 세상과의 수평적 소통으로 확장되는 것으로 종교개혁은 가히 소통의 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5월, 대한민국 정치의 현장에서 종교의 본질을 본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인 청와대에서 종교개혁의 본질을 목도한다. 그것은 소통을 통하여 멀어진 나와 너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개혁의 바람이 종교가 아닌 정치의 현장에서 불어오고 있다. 5월이라 아직은 미풍인 그 바람이 여름을 거치면서 더욱 강한 바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 개혁의 바람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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