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有備無患)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有備無患)
  • 승인 2017.09.20 08: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교장)

북한에서 미사일을 자꾸 쏘아대고 있다.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미국을 향해 깐죽깐죽 대고 있다.

엊그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하고 “F-35의 엔진이 으르렁거리며 적들의 머리 위로 날아다닐 때 그들은 영혼이 떨리고 심판의 날이 왔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F-35의 비행기는 각종 항공기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통합타격전투기‘라 한다. 아마 성능과 기능면에서 대단한 위력을 갖춘 완전 통합타격 비행기인 모양이다.

필자는 자라면서 B-29 비행기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F-35는 시대상으로도 B-29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완벽한 비행기임에 틀림이 없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전쟁이 터질까봐 국민들의 마음이 극도로 불안하다. 주변국 일본에선 여러 방법의 대피훈련이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의 일부지방에서도 핵폭발실험 때문에 대피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재외 국민들은 고국이 걱정되어 자꾸 한반도의 상황을 묻는 전화가 많단다. 정말 우리만 무감각한 것은 아닐까?

사십여 년 전 웬만한 정부기관의 사무실 벽면에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글들이 게시되어 있었다.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육·해·공 사관학교 졸업식장의 유시에서도 항상 강조한 말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서경 열명편에 나온다. 상(은)나라의 무정(고종)은 시골 부암(傅巖)의 들에서 담장을 쌓던 노예 열(說)을 불러서 이름을 부열(傅說)이라 불렀다. 고종은 부열을 재상에 앉히고 아침저녁으로 왕에게 가르침을 베풀어 덕을 도우라 명하였다.

“만약 왕이 쇠붙이 같거든 너로서 숫돌을 삼으며, 왕이 큰물을 건너는 것 같거든 너로서 배와 돛대를 삼으며, 날씨가 크게 가뭄이 든 것 같거든 너로써 장마 비를 삼으리라.”하였다.

오직 바라건대 너의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왕에게 가르침을 주어 나라의 정치가 바로 되도록 좋은 계획을 세워달라는 부탁이다. 미지근한 말보다 처방하는 말이 명현을 일으키는 입에 쓴 약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말을 간언하도록 당부하였다.

부열이 고종에게 직간하였다.

“생각이 착하거든 행동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시기에 맞게 하십시오. 그것을 착하게 하였다고 자랑하면 그 착함은 잃게 됩니다. 오직 모든 일에는 그 갖추어진 것이 있습니다.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습니다.(有備無患)”하였다.

군주는 총명함을 보여서 모든 백성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말아야 하고, 잘못을 아주 부끄럽게 생각하여 잘못이 없도록 모범을 보일 것도 부언하였다.

고종은 부열의 말을 귀담아 듣고 “네 말이 아름답다. 네 말이 진실로 행함직 하도다.”하였다.

부열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고 “아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행하기가 어렵습니다.”고 아뢰었다. 임금이 아는 것을 정성스럽게 행할 것을 충언하였던 것이다.

시경에도 고종이 부열이라는 어진 신하를 얻은 것에 대한 노래가 있다. 남산과 북산에 있는 여러 풀과 나무들에 빗대어 ‘즐겁도다. 군자여!’라는 말이 후렴처럼 반복되어 나온다. 고종은 상나라의 군사,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중흥을 이룬 왕이다. 정치에선 재상 부열의 말을 경청하고, 국방은 유비무환을 실천하였다. 미리 대비하고 근심이 없도록 주변의 오랑캐들을 정벌하여 위세를 떨쳤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도 ‘무정(고종)이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실행하고 덕을 베푸니 모든 백성이 모두 기뻐하고 상나라의 도가 부흥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좌씨춘추전의 서경 기록에는 ‘편히 있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居安思危), 생각이 미치면 즉각 대비를 하고,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有備無患).’고 하였다.

서애 유성룡도 시경에 나오는 ‘내 미리 큰 아픔을 겪어 봤거니와 뒤에 오는 근심을 미리 삼가리라.’는 징비(懲毖)의 구절을 인용하여 임진왜란 후 ‘징비록’을 썼다.

‘꿀벌을 손에 놓고 어루만지다 아프게 쏘인 사람은 그 누구던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