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犬)과 사람
견(犬)과 사람
  • 승인 2017.10.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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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결혼한 아들집에 갔더니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러시아산으로 족보가 있다고 했다. 아무 말도 않았고 고양이가 곁에 와도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문화인이 못되어선지 몰라도 개나 고양이와 같은 털 있는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이 꺼림칙하게만 여겨진다.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개 개 하면 싫어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개는 개다. 개가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다 보니 개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어렸을 때 일이다. 아버지가 세퍼트를 얻어 왔다. 양귀가 바짝 서 있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나 바꾸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도 개를 안아 준 기억도 없고 그저 마당 넓은 우리 집에서 도둑을 지켜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어느 날 개줄을 어떻게 풀었는지 바꾸가 없어졌다. 형과 바꾸! 바꾸! 부르면서 동네를 휘저었지만 찾지 못했다. 개장수들이 골목을 누비면서 개 산다고 외치고 다녔던 시절이다. 바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그 뒤로 우리 집에서는 개를 키우지 않았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범띠가 있는 집에서는 개가 안 된다고 했다. 형이 범띠였다. 개가 위험에 처한 주인을 살렸다거나 주인의 무덤을 지키고 있다는 등 충견에 얽힌 무용담은 의외로 많다. 세상이 변하듯 오늘날 개의 역할이나 용도도 아주 다양해 졌다. 안내견, 마약감시견, 군견, 애완견, 투견, 사냥개 등 등 무수히 많다. 개의 세계에서 지위를 논한다면 단연 애완견이 머리를 차지할 것이다. 애완견 1천만 시대라고 한다. 개 산업도 엄청 발달되고 있다. 애완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반려견이란 이름이 붙었다. 개가 가족개념으로 인식되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 사람처럼 개를 들추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개를 들먹이며 욕을 한다. 개 보다 못한 ○, 개뿔도 모른다는 등등. 개는 사람에게 유용한 동물이지만 때로는 개의 동물성을 지적받는다.

요즘 개 때문에 좀 시끄럽다. 침대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는 가족 같은 개가 옆에 누워 있는 갓난아이를 물어 죽였다는 기사가 있었다. 또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이 늘 보던 개에게 물려 패혈병으로 며칠 만에 죽었다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개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니 그런 일도 생기는 모양이다. 개를 가족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개는 어디까지나 동물이다. 옛 사람들은 개에게 물리면 그 개의 털을 잘라 불에 그을려 물린 자리에 붙이면 그만이라고 대수롭잖게 생각했다.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에 이제 개까지 끼어든 시대가 되었다. 개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가족 같이 고분고분 하던 개도 애정 결핍이나 영역 침해 등 극한상황에 이르면 동물의 근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제 사람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우리는 견원지간이라든지 이전투구라는 말을 많이 하고 듣는다. 잘 지내던 사람들이 원수가 되고 개와 같은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 곳곳 어디서나 있지만 정치마당에서는 자주 목도된다. 개가 싸움질 하는 것이나 사람이 싸우는 양태 그 중심을 보면 모두가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그 간에 있었던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찍은 보증수표 사진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 가운데 탄핵에 앞장 선 이들이 있는가 하면 6개월 동안 감옥살이 하고 있는 그를 이제 당에서 쫓아내려고 용을 쓰는 측들도 있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그들이 무슨 짓이든 못할 것 없지만 보통사람들이 볼 때는 인면수심이란 말을 떠오르게 한다. 갈라진 보수패가 이제 좀 정신을 차리는 가 일말의 기대를 했건만 이전투구가 시작되었다. 친박의 우두머리와 당대표가 투견의 장을 열려 하고 있다. 투견장에서는 돈을 건 노름꾼들이 선택한 개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서 벌어지는 친박과 어슬픈 인적개혁의 명분을 내 걸고 있는 당 중심 세력 간의 싸움에 흥미를 가진 국민들은 안 보인다. 더더구나 그들이 믿고 있을지 모를 TK 마저도 고개를 영 돌리고 있다. 난세에 자유한국당이 좀 잘 됐으면 하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같은 당이라는 가족의 개념은 고사하고 아픈 상처를 쿡쿡 찌르며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다. 사람보다 나은 개도 있고 그 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 아아 내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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