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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그대 있어서 따뜻한 세상

기사전송 2018-01-01, 18: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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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연말연시에 차가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차갑고 춥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날씨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사인 나는 날씨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추위를 느낄 때가 더 많은 편이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날씨와 관계없이 사람을 웅크리게 한다.

수년을 함께 했던 성도가 어느 날 갑자기 등을 돌리고 떠날 때 목사인 나는 계절과 관계없이 밀려오는 추위에 몸을 웅크린다.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말없이 사라지고 연락조차 되지 않을 때 가슴 한 구석 빈 공간에 찬바람이 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있으면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며 따뜻함을 나눈다. 내일 밥을 같이 먹읍시다. 당신 덕분에 힘이 납니다. 당신이 있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전화로 문자로 SNS로 진심이 담긴 그들의 글들은 식어진 마음을 덥히는 장작이 된다. 그 분들이 있어서 온기를 느끼고 그 분들로 인해 마음이 훈훈해 지곤 한다.

세상이 차갑지만은 않네요. 이곳저곳에 그래도 저 같은 사람을 생각해 주는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세상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연말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인 한 분이 숨을 들이키며 한 말이다.

역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 A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픽업한 손님을 모시고 근처에 와서 함께 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혹시 늦으면 마치는 대로 갈 테니 지정해 준 식당에서 먼저 식사를 하고 있으라 한다.

그런데 식사를 마칠 때까지 A원장이 오지 않아서 식사비를 지불하고 길을 건너고 있는데 길 건너편에 그 분이 뛰어서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손을 흔들어 거기 계시라 신호를 보내도 정신없이 뛰어 오느라 우리를 보지 못한다.

거리가 가까워져 소리쳐 불러 그를 멈추게 하고 아니 왜 그리 뛰어 오시느냐 물었다. 그랬더니 밥값을 내려고 뛰어온다 말씀하신다. ‘아니 제게도 그 정도 밥값은 있어요’ 라고 말을 하는데 마음 한 곁에 울컥 무엇인가가 밀려온다.

밥값을 대신 내겠다고 나이 육십 된 신사가 체면도 차리지 않고 도로를 정신없이 뛰어온다. 빨리 걸어만 왔더라도 웃고 말 일이었는데 뛰어 오는 그를 보고 순간적으로 한 방울 눈물이 눈가에 맺힌다. 조금의 비용도 내게 부담시키지 않으려는 그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몸에 온기가 도는 것 같았다. 그분 덕분에 세상이 훨씬 따뜻하게 느껴지고 차가운 바람이 춥지 않게 느껴졌다. 갑자기 슬그머니 그의 손을 붙잡고 걷고 싶어진다. 그와 거리를 함께 걸으며 마음속으로 그에게 말을 건네 본다. 밥 한 그릇 사 주려고 밥 값 대신 내려고 체면도 차리지 않고 뛰어 오는 당신, 당신이 있어서 참 따뜻합니다. 당신과 함께 하는 내 삶이 참 좋습니다.

그가 듣지 못하고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나는 그의 대답을 알고 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도 목사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그 분은 그렇게 무언으로 내게 말한다.

그가 있어서 따뜻한 세상. 그리 가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따뜻함이 너무도 감사하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또다시 밝아 온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대 있어서 따뜻한 세상. 내가 있어서 더 따뜻한 세상. 우리로 인해 언 마음을 녹이고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우리 인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회적 냉기. 곳곳에 그 냉기를 덥히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따뜻한 목소리로 따뜻한 손을 내어 민다. 작년 한 해 동안 그 분들로 인하여 마음이 얼지 않고 온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8년 새해에 그 분들을 생각한다. 그 분들과 함께 아직은 살만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보리라. 그대 있어서 따뜻한 세상, 아직은 살 만한 이 세상이다. 우리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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